최문순 전 강원지사, 인지하고 있었는지 등 추궁
2021년 알펜시아리조트 입찰 당시 KH그룹 뿐 아니라 다른 여러 기업들도 관심을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럼에도 강원도는 KH그룹에 적극적으로 접촉하며 입찰 참여를 유도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알펜시아 입찰담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신준호 부장검사)는 2021년 알펜시아리조트 5차 공개입찰 단계에서 동원과 대방, 글로벌세아 등 기업 세 곳이 입찰 참여 의향 보인 사실을 파악했다.
이 기업들은 정보이용료를 납부하고 입찰의향서를 제출하며 알펜시아리조트 입찰 참여에 관심을 나타냈다. 이 중 두 기업은 현장 방문 등을 통해 정보를 얻어가기도 했다.
이처럼 몇몇 기업들이 입찰을 검토했지만, 정작 강원도 측은 KH그룹 측과 물밑에서 접촉하며 입찰 관련 정보를 공유하며 가능성을 타진해온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입찰이 진행되기 전 강원도와 KH그룹 양측이 서너 차례 미팅을 가진 사실도 수사 과정에서 파악했다. 최 전 지사와 배상윤 KH그룹 회장 등 주요 관계자들은 5차 입찰(2021년 6월)이 시작되기 전인 1월과 4월 여러 차례 만나 미팅을 이어왔다.
애초부터 다른 기업에는 알펜시아리조트를 매각할 의사가 없었고 KH그룹을 낙찰자로 내정해 공개입찰 절차를 진행했다고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은 동원과 대방, 글로벌세아 세 기업에 실제 입찰 참여 의향 여부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28일에는 입찰 방해 혐의를 받는 최문순 전 강원도 지사를 불러 13시간에 걸친 조사를 진행하며 ‘이 기업들이 입찰에 관심을 보인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등을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강원도와 강원도시개발공사는 재정난을 겪던 알펜시아 리조트에 대해 네 차례의 공개입찰과 두 차례의 수의계약을 진행했으나 계속 유찰됐다. 결국 2021년 6월 공개입찰을 진행했는데 여기에 평창리츠와 KH강원개발이 참여, 최종적으로 KH강원개발이 인수자로 선정돼 알펜시아 리조트를 7115억 원에 매각했다.
평창리츠는 입찰 마감 하루 전 사명을 KH리츠에서 평창리츠로 바꾼 곳이며 KH의 계열사로 알려졌다. 검찰은 KH그룹이 단독 입찰로 유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계열사를 동원해 입찰을 방해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최 전 지사와 강원도개발공사 주요 관계자와 실무진, KH그룹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했고 현재 배 회장에 대한 조사만 남겨두고 있다.
앞서 검찰은 입찰방해 혐의를 받는 KH그룹의 자금 총괄부사장인 김모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19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김 씨를 비롯한 KH그룹 관계자들은 입찰방해 혐의 외에 횡령‧배임 등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입찰 실무를 담당했던 핵심 피의자 A 씨도 6월 중 이틀에 걸쳐 조사한 바 있다. A 씨는 강원도개발공사에서 근무하던 당시 알펜시아 리조트 공개경쟁입찰 실무를 담당한 인물이다.
A 씨는 알펜시아 리조트 매각 과정 전반을 담당하며 강원도와 KH그룹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한 인물로 입찰방해 혐의를 받는다. 최 전 지사의 하급직원이며 입찰 과정에서 KH그룹 측에 ‘중복 입찰’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