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내용 혁신적이나…구체적이지 못해
그 취지‧목적 떠나 마주할 현실 걱정
“실제 시행 과정서 어려움‧혼란 예상”
이 사건에서 특히 다툼이 심했던 부분은 노동조합이 파업에서 복귀하겠다고 선언했으나 실제로는 복귀하지 않고 있었던 기간 동안의 임금 지급 문제였는데, 법원은 근로자들이 실제 복귀하지 못했던 이유가 사용자의 위법한 직장폐쇄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법원 판결에 따라 사용자가 임금을 지급하게 됐는데, 문제는 실제로 판결금을 지급하려고 보니 원고 근로자들 중 상당수가 아예 파업에 참가하지 않아서 이미 임금을 다 받았던 사실을 뒤늦게 발견했다. 이후 사용자는 기(旣)지급한 임금의 이중 지급을 면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보았지만, 소송 진행 중에 주장하지 않았던 사실을 나중에 인정받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소송에서 이기거나 혹은 졌을 때 어떤 결과가 발생하고 거기에 어떠한 ‘실익’이 있는지 점검해 보면 도움이 된다. 그러나 어떤 변호사나 의뢰인들은 소송의 결과, 특히 소송을 진 이후에 대한 검토는 아예 금기시한다. 이러면 소송이 끝난 다음에 더 복잡한 문제들을 만날 때가 많다.
국회의 입법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법률안이 한참 논의 중일 때는 법률의 핵심 쟁점이나 목표에 모든 찬반 논의가 집중되고, 실제 법안을 시행하게 되면 발생할 수 있는 구체적인 문제의 해결에는 미처 관심을 가지기 어렵다. 때로 입법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쉽게 예상되는 문제에 관해서도 논의를 금기시하기도 한다. 국회 내에서 법률안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작성하거나 세수에 미치는 효과 정도를 계산하기도 하나, 중요한 법률일수록 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의 경우, 여전히 찬반 논쟁이 격렬하지만 국회 통과 가능성은 전에 없이 높아진 상황이다. 지난달 30일 야당 국회의원들이 주도해 노란봉투법안을 본회의에 부의했다. 이제 법안은 언제든 본회의 의결을 통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
게다가 최근 대법원에서 불법 파업에 가담한 근로자들 개인의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한 것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는 노란봉투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지만, 현재 법안 그대로 혹은 조금 변형된 정도로 법안이 공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 노란봉투법이 실제로 시행된다고 생각해 보면 그 취지나 목적을 떠나, 부득이하게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를 마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법안 중 하청노조가 ‘원청’ 기업과 직접 단체교섭을 하도록 하는 부분은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와의 관계에서 심각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현행법에 따르면 노조와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하기 위해서는 노조들이 교섭 창구를 단일화해야 하는데 하청노조가 원청에 교섭을 요구할 때 누구와, 언제, 어떻게 단일화해야 할지 알기가 어렵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사용자가 교섭권이 있는 노동조합과의 교섭을 거부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뿐만 아니라, 반대로 교섭권이 없는 노동조합과 교섭을 해도 형사처벌을 받을 위험이 있다. 적어도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현장의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법안의 또 다른 내용은 불법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가담자의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정한다는 부분인데, 여기에도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들이 있다. 예컨대 지금까지 판례는 법률상의 ‘쟁의행위’란 ‘합법 쟁의행위’만을 의미한다고 해석해 왔다. 당장 ‘불법 쟁의행위’란 무엇인지부터 혼란스러울 것이다.
또한 불법 쟁의행위를 주도한 노동조합과 참여 조합원의 책임을 기여도에 따라 나누게 되면 서로 이해가 상충하게 된다. 그렇다면 공동으로 대리인을 선임할 수 있는지, 노동조합이 조합원에게 법률비용을 지원할 수 있는지 등 절차도 문제될 수 있다.
노란봉투법은 원‧하청 간의 단체교섭이나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제한과 같은 혁신적인 내용을 규정하면서도, 이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은 거의 두고 있지 않아 실제 시행 과정에서는 여러 어려움과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조금 더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