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지도 저러지도"…복합위기에 집 못 짓는 중소·중견 건설사

입력 2023-07-04 13:25 수정 2023-07-0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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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소건설사 분양 계획 물량 2개 단지·274가구 불과
"부동산 시장 회복 외에 상황 개선 방법 없어"

중소·중견 건설사들이 사실상 집 짓기에 손을 놓은 모습이다. 공사비로 인한 비용 부담 확대가 부실을 일으키거나 가속할 수 있는 데다 미분양 우려가 커 쓴 돈을 제대로 회수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중견 건설사가 주택사업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큰돈을 까먹고 위험에 빠지는 대신 돈을 벌지 않는 방법을 선택한 셈이다.

4일 대한주택건설협회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7월 분양주택 계획을 집계한 결과를 보면 2개 사가 2개 사업장에서 총 274가구를 공급한다. 전월과 비교해 4145가구(94%),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5965가구(96%) 감소한 수치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 분양 물량이 줄기는 하지만 300가구를 밑도는 것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는 게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최근 중소·중견 건설사의 분양계획 물량은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이들의 월평균 분양계획 물량은 2021년 7274건에서 지난해 5392건으로 줄었고 올해는 3000건 밑으로 떨어졌다. 분양계획조차 세우지 못하는 경우가 그만큼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자금조달이 쉽지 않고 부동산 시장 상황도 여전히 좋지 못한 데다 미분양 우려도 크다"며 "여러모로 불확실성 큰 상태에서 공사를 시작해 막대한 비용을 쓰는 대신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시장 상황이 조금이라도 개선될 때까지 운영비 등 최소한의 비용만 쓰면서 버티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근래 분양시장을 보면 중견·중소건설사가 '차악'을 선택하는 게 불가피하다. 전국 미분양 주택이 3개월 연속 감소하고는 있지만, 지방 집중 현상은 여전하다. 국토부 집계를 보면 5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6만8865가구 중 84.3%인 5만8066가구는 지방에 위치했다.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도 82%가량이 지방에서 발생했다. 특히 전체 미분양 주택이 줄어들고 있는 것과 반대로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증가하고 있다. 작년 말 6226가구였던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5월 말 7276가구로 16% 늘었다.

▲서울 시내 주택가 모습.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서울 시내 주택가 모습.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게다가 서울과 일부 지역, 대단지 등으로만 사람이 쏠리는 양극화는 심화하고 있다. 직방 조사에 따르면 5월 서울 아파트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은 평균 82.2대 1로 전국 평균(18.8대 1)을 4배 이상 웃돌았다. 반면 인천과 울산, 충남, 경남, 제주도 등은 1대 1에 못 미쳤다. 경북, 전남, 전북, 충북, 강원도, 세종시, 대전은 아예 분양이 없었다.

뾰족한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태지만 정부 차원의 지원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다. 서진형 공정경제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정책자금 지원이나 PF 대출 유예 같은 방법을 생각해볼 수는 있지만, 세금으로 특정 업체를 지원하는 것에 대한 부담 등을 고려하면 어렵다고 봐야 한다"며 "부동산 시장을 살려 온기가 중소·중견 건설사까지 퍼지게 하는 것 말고는 사실상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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