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만들어 조립만”…모듈러 주택 미래 먹거리 될까?

입력 2023-06-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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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층 모듈러 주택인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 (사진제공=현대엔지니어링)
▲국내 최고층 모듈러 주택인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 (사진제공=현대엔지니어링)

국내 최초로 13층짜리 모듈러 주택이 성공적으로 지어지면서 ‘고층 모듈러 주택’이 상용화에 첫발을 뗐다. 여기에 정부도 모듈러 주택 활성화에 힘을 실어주면서 향후 모듈러 주택시장이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27일 국토교통부는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에서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 준공식을 개최했다. 경기 행복주택 사업은 106가구 규모의 13층 높이 모듈러 주택 실증 사업으로 국내 모듈러 주택 중 13층 이상 고층으로 지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제도적 문제로 가로막혔던 고층 모듈러 주택 건설을 기술력으로 극복하면서 모듈러 주택시장 활성화 길이 열렸다고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모듈러 주택은 공장에서 집의 기본골조와 벽면, 부자재 70~80%를 미리 제작한 뒤 현장으로 옮겨 조립하는 ‘탈현장 건설공법’을 활용한 주택을 말한다. 건설사들이 새로운 먹거리로 모듈러 주택에 주목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먼저 모듈러 주택은 기존 철근 콘크리트 건축방식에 비해 공사 기간이 30%부터 최대 절반가량 단축할 수 있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자재를 옮겨 현장에서 조립만 하면 주택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건축 과정이 간소화되는 만큼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사고 위험도 크게 낮출 수 있다. 여기에 건축 자재를 재활용·재사용하기 때문에 건축 폐기물도 획기적으로 줄어들어 친환경적이라는 평가다. 공장에서 만들어져 품질이 균일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에 국내 건설사들은 앞다퉈 모듈러 주택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GS건설은 2020년 모듈러 단독주택 전문회사 ‘자이가이스트’를 설립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포스코이앤씨는 포스코A&C를 앞세워 지난 7월 모듈러 주택 브랜드 ‘이노하이브 온’을 내놨다. 지난 4월에는 '이동식 모듈러 주택'의 디자인 특허를 출원하면서 차별화도 꾀하고 있다. 이밖에 삼성물산, DL이앤씨, KCC건설 등도 모듈화 주택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시장 규모도 늘어나는 추세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모듈러 건축 시장 규모는 1757억 원으로 2021년에 비해 300억 원 늘었다. 업계는 2030년까지 2조 원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국내 모듈화 주택은 도입 초기인 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내화 기준(화재 시 버틸 수 있는 시간) 규제 등 현행 제도가 기존 공법 위주로 짜여 있어 모듈러 주택 산업 활성화에 발목을 잡고 있다. 현행 건축법에 따라 13층 이상 건물은 3시간 이상의 내화 기준을 갖춰야 하는 등의 이유로 그동안 모듈러 주택은 12층을 넘지 못했다.

현행법에 따라 내화기준을 맞추려면 비용과 시간이 크게 느는데 실내면적은 줄어들어 경제성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모듈러 주택 특성을 고려해 내화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30~40층 짜리 고층 주택도 만들어져 있을 만큼 해외에서는 이미 모듈화 주택이 활성화돼 있다”면서 “국내 기업도 모듈러 주택 기술력은 충분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모듈화 주택 활성화를 위해 정부나 국회가 규제를 완화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도 모듈러 주택시장이 커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모듈러 공법은 건설업의 제조업화를 통해 기존 건설산업이 가진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혁신 기술”이라며 ”모듈러 산업 활성화와 건설산업 혁신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현재 건설업계가 위축돼있는 상황”이라며 “새로운 먹거리인 국내 모듈러 주택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해외 사례를 살펴 제도를 정비하고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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