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서 촉발된 '우주전쟁'…北 우주 발사체 발사 의미는 [이슈크래커]

입력 2023-05-31 16:15 수정 2023-08-2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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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이 지난해 12월 18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최종 단계의 중요 시험을 했다고 밝히면서 공개한 영상. 출처=조선중앙통신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이 지난해 12월 18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최종 단계의 중요 시험을 했다고 밝히면서 공개한 영상. 출처=조선중앙통신
북한이 5월 마지막 날 새벽 기습적으로 우주 발사체를 쏴 올렸습니다. 서울시민에게 잘못된 경계경보 긴급문자가 발송되면서 출근과 등교를 준비하던 시민들이 혼란을 겪어야 했는데요. 앞서 북한은 이달 31일 0시부터 내달 11일 0시 사이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미리 통보한 정식 예고기간 첫날에 호기롭게 우주 발사체를 쏘아 올렸지만 위성체 궤도 진입은 커녕 발사체는 추진력을 상실하면서 서해에 추락했습니다.

북한은 빠르게 실패를 인정하고 2차 발사를 예고했는데요. 의욕적으로 진행한 첫 발사가 실패로 귀결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체면을 구긴 모양새가 됐습니다. 이번 실패를 두고 안보 전문가들은 기술적 안전성보다는 정치적 동기가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발사 실패 배경과 외신 반응을 살펴봤습니다.

'광명성호' 이후 7년 만에 발사

북한이 위성을 탑재했다고 주장한 발사체를 쏜 것은 2016년 2월 7일 ‘광명성호’ 이후 7년 만입니다. 이번 발사체 명은 천리마-1형’입니다. 우리 군은 발사체의 기종과 비행거리 등 자세한 제원을 분석 중에 있습니다.

사실 북한은 발사 시기를 미리 통보했습니다. 군 수뇌부가 처음으로 발사 시기를 직접 밝히기도 했는데요. 전날 북한 군부 2인자인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6월에 곧 발사할 예정이라며 이는 한국과 미국의 군사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자위권’ 차원이라고 강변했는데요. 리 부위원장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6월에 곧 발사하게 될 우리의 군사정찰위성 1호기와 새로 시험할 예정인 다양한 정찰수단들은 미국과 그 추종무력들의 위험한 군사행동을 실시간으로 추적, 감시, 판별하고 사전억제 및 대비하며 공화국 무력의 군사적 준비태세를 강화하는 데서 필수 불가결한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리 부위원장은 한미 연합·합동화력격멸훈련과 다국적 해양차단훈련 ‘이스턴 앤데버 23’, 미 전략핵잠수함(ssbn)의 한반도 전개 계획 등을 일일이 언급하며 정찰위성 발사의 명분으로 삼았는데요. 이는 작전반경과 감시권은 수도 평양을 포함한 공화국 서북부지대는 물론 주변국가의 중심지역과 수도권까지 포괄하고 있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주변국가들에 있어 심각한 위협으로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리 부위원장이 언급한 ‘주변국’은 중국을 언급한 것으로 북중러 대 한미일 구도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즉 북한 위협 고도화에 따른 한미국사협력 강화를 한반도 긴장 고조의 원인으로 돌리며 ‘자위권’ 차원에서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추진하고 있다고 정당화한 것입니다.

물론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북한의 모든 발사를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 위반인데요, 그럼에도 리 부위원장은 앞으로도 정찰·감시자산 확보와 전략무기 개발에 매진할 것임을 재확인 했습니다.

▲미국 민간위성업체 플래닛랩스가  30일 촬영한 위성사진. 출처=AP연합뉴스
▲미국 민간위성업체 플래닛랩스가 30일 촬영한 위성사진. 출처=AP연합뉴스

北 군사정찰위성 발사부터 실패까지

리 부위원장의 발언과 함께 북한의 움직임도 포착이 됐습니다. 유력한 정찰위성 발사 장소인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과 제2발사장에서 준비 정황이 나온건데요. 30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민간 위성업체 플래닛 랩스가 촬영한 전날 위성사진을 바탕으로 두 발사장에서 이동식 조립건물이 발사대에 밀착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은 연료와 산화제 주입을 하는 동안 노출을 최소화하며 은밀하게 발사하는데 집중했습니다.

동창리의 구조를 보면 주 조립동에서 로켓을 조립하면 이동식 조립건물을 통해서 건물이 이동을 하는데요. 이 이동식 조립건물이 발사대에 붙어 있는 모습이 위성 사진에 포착된 것입니다. 전날 미국의 소리방송이 보도한 이틀 전 동창리 지역의 위성 사진 모습은 그야말로 발사 직전 위성과 발사체를 조립한 뒤 발사대로 옮겨가는 막바지 준비 과정이었던 것입니다.

결국 위성은 이날 발사됐고, 우리나라는 혼란에 빠졌는데요.

전문가들은 발사 실패 배경으로는 기술적 안전성보다는 정치적 동기가 더 강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으며 이르면 6월, 늦어도 연내 2차 발사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만약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면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1호기를 성과로 내세워 7월 27일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을 기념하는 축제 분위기를 조성했을텐데요. 외교안보 전문가 사이에선 축제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6월 초순까지는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통해 군사적 치적을 쌓고 이를 통해 내달 중순 전후로 당 전원회의에서 자축하고 마무리로 전승절에 대규모 열병식을 열어 아마 국제사회와 대화하는 국면 전환을 구상하고 있지 않을까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한국의 우주개발 일정을 경쟁적으로 의식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북한은 25일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 3차 발사가 이뤄진 지 나흘 뒤 위성 발사 예고 시기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그간 북한은 1998년 8월 ‘광명성 1호’를 시작으로 모두 여섯 차례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습니다. 2009년 4월에는 광명성 2호를 발사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이후 태양절 100주년을 앞둔 2012년 4월 13일 장거리 로켓 ‘은하 3호’에 광명성 3호 1호기를 실어 발사했지만 1단과 2단이 분리되지 않은 채 폭발하면서 실패했습니다. 이 중 2012년 쏜 광명성 3호 2호기(5차)와 2016년 쏘아 올린 광명성 4호(6차) 등 2기가 위성 궤도 진입에 성공하긴 했지만 정상 작동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합동참모본부는 31일 우리 군이 오전 8시5분쯤 서해 어청도 서방 200여㎞ 해상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 발사체’의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를 식별해 인양 중이라고 밝혔다. 출처=합동참모본부
▲합동참모본부는 31일 우리 군이 오전 8시5분쯤 서해 어청도 서방 200여㎞ 해상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 발사체’의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를 식별해 인양 중이라고 밝혔다. 출처=합동참모본부

외신, 北 발사 긴급 타전…“北 우주경쟁 합류” 분석도

외신들도 북한의 우주발사체 소식을 긴급 보도했습니다. AP,로이터, CNN등 외신들은 한국의 합동참모본부의 발표 등을 인용해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발사했다고 긴급 타전했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북한의 우주발사체 발사로 한국과 일본의 일부 지역에 비상 경보와 대피 경보가 발령됐다고 전했습니다. 이후 서울시의 경보가 실수로 전송된 것으로 밝혀지자 이 또한 곧바로 전했습니다. AFP통신도 행안부가 북한의 우주발사체 발사 이후 서울 전역의 휴대전화 등을 통해 전파된 긴급 경보를 언급하며 서울시가 오전 6시 41분에 발령한 경보는 오발령임을 알린다고 밝혔다고 소개했습니다.

영국 BBC방송은 한국과 일본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북한이 첫 우주 위성을 쏘아올릴 계획이라고 발표한 직후 로켓을 발사했다”고 속보로 전했습니다.

AP통신은 북한의 위성 발사는 북한이 탄도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결의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짚으면서 유엔이 북한의 이전 위성 발사들에 대해서도 경제적 제재를 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외신들은 우주 경쟁과 연관해 북한의 이번 발사를 조명하기도 했는데요. 로이터 통신은 앞서 북한이 첫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겠다고 밝혔다며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는 이 지역 우주 경쟁에 합류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성공적으로 이뤄진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3차 발사와 중국의 유인 우주선 선저우 15호 발사를 언급했는데요. 뉴욕 타임스(NYT)도 북한의 이날 발사가 한반도 상공에서 가열되고 있는 우주 경쟁의 신호가 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제사회가 어떻게 대응할지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위성 발사가 자위권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엄연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에 따라 금지된 불법행위입니다. 우주 발사체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과 발사 원리가 비슷한데 유엔 대북 결의에는 북한이 핵을 날려 보낼 수단이 될 수 있는 탄도미사일과 관련한 모든 활동을 중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비록 실패했지만 발사 행위 자체가 안보리 결의 위반인 데다 북한이 2차 발사를 예고한 만큼 추가 발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한국과 미국 등은 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2012년 4월 북한이 ‘광명성 3호’ 인공위성을 탑재했다고 주장하며 발사한 ‘은하 3호’ 장거리 로켓이 폭발했을 때도 안보리는 사흘 만에 의장 성명을 채택했습니다. 당시 의장성명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물론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을 때 대응은 더 강력했습니다. 안보리는 2012년 12월 북한이 ‘광명성 3호 2호기’를 목표 궤도에 올리자 40여일 간의 논의 끝에 기관 6곳과 개인 4명을 대북 제재 대상에 추가하는 결의 2087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5월의 마지막 날 이른 아침 대한민국은 요동쳤습니다. 북한의 위협 수위가 높아지면서 한반도 안보 상황이 더욱 엄중해진 상황 속 우리의 안보태세와 의식은 여러 면에서 불안감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도발을 시도한 북한에 돌아갈 것은 대북 제재 강화 등 혹독한 대가임을 깨닫도록 우리 정부의 외교적 총력전이 더욱 중요해진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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