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합헌에 尹정부 심기불편…검찰 수사권 논란 지속

입력 2023-03-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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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4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8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서해수호 55용사 이름을 부르기 전에 울먹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8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서해수호 55용사 이름을 부르기 전에 울먹이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 불리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의 유효성을 인정하면서 윤석열 정부는 검찰 수사권 논란을 계속 떠안게 됐다. 용산 대통령실은 별도 입장을 내지 않는 가운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공개 반발하며 정부 차원에서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헌재는 23일 재판관 5명이 검수완박에 대해 입법으로 수사권·소추권 일부를 국가기관 사이에서 조정·배분한 것이라 검사의 헌법상 권한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반면 재판관 4명은 헌법상 한계를 벗어나 국가기관 간 협력·통제 관계를 훼손했다는 정반대의 판단을 했다. 국회 의결 과정에선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지만 법안 자체에 대해선 결론적으로 유효성을 인정했다.

검수완박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이전부터 비판해왔다. 전임 문재인 정부의 검찰에 대한 ‘부당한 압박’이 윤 대통령이 대선 승리까지 이룬 동력인만큼 검수완박 합헌은 현 정부의 정통성과도 연결시킬 수 있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으로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는 판결이지만 대통령실은 여태 별도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행정부 수반으로서 사법부 판단에 왈가왈부하는 게 오히려 비판여론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본지에 “법원과 헌재의 판결에 대해 대통령실에서 입장을 내기 어렵다. 확정된 판결을 무어라 말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다만 윤 대통령 측근인 한 장관은 공개적으로 의구심을 제기했다. 헌재 선고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난 한 장관은 “법무부 장관으로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위헌·위법이지만 유효하다는 결론에 공감하기 어렵다.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헌법적인 질문에 대해 실질적인 답을 듣지 못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403회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후 본회의장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403회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후 본회의장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거기다 한 장관은 “헌법소송을 제기한 건 검사의 권한 확인을 위해서가 아닌 국민 권익 침해를 막기 위한 것”이라며 “현재 법 체계 안에서 국민들이 검수완박법으로 입게 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시행령을 개정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검수완박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개정한 대통령령의 수사 개시 규정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검수완박법상 ‘부패·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라는 규정에서 ‘등’을 근거로 검찰 수사 영역을 사실상 검수완박 입법 전에 준하게 넓히는 것이다.

다만 검수완박에 대한 합헌이 확정된 만큼 해당 시행령에 따라 검찰이 광범위한 수사를 개시할 때마다 논란이 계속 뒤따르게 됐다. 현재도 하위법령인 시행령으로 상위법인 법률을 무력화시키는 데 대한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서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공세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민주당이 주도한 검수완박에 헌재 판결의 힘이 실리게 된 만큼 검찰 수사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지적을 하고 나설 공산이 크다.

이처럼 지속되는 논란과 야권 공세를 피하려면 입법으로 검수완박을 폐지시켜야 하지만, 여소야대라 내년 4월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과반 이상 의석을 차지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결국 검수완박을 물려 윤 대통령의 ‘집권 정통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총선에서 승리해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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