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과 인도에 의존하는 원료의약품의 25%를 자국 내에서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은 22일(현지시간) 이같은 바이오 공급망 강화 목표를 담은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9월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소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의 후속조치로 제출됐다. 지난해 발표된 바이오 이니셔티브는 바이오의약품에 대해 미국 내 생산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이다. 향후 5년간 20억 달러(약 2조80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 바이오 분야 생산에 있어 원재료 등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생명공학을 포함한 주요 산업의 미국 내 생산 확대와 글로벌 협력 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에는 공급망 분야에서 5년 내로 저분자 의약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원료의약품(API)의 최소 25%를 미국에서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보고서는 “현재 저분자 의약품 API 대부분은 중국과 인도를 포함한 해외에서 화학적으로 합성된다”며 “(이번 조치로) 국내 API 수요를 일부 지역에만 의존하는 위협을 완화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비용 문제 때문에 미국에서 하지 못한 API 생산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 상원 국토안보위원회는 미국이 원료의약품을 중국을 비롯한 외국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말 295개 품목 의약품 부족이 절정에 달하면서 의료인들이 환자 치료를 위해 제한된 자원과 싸우고 있다”며 “특히 아동용 약물, 항생제 등이 몇 달 간 계속 부족한 상황이다.이러한 주요 의약품 부족은 외국 자원 의존, 의약품 공급망의 가시성 저하 등으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개리 피터스 국토안보위원장은 “이런 사태는 환자를 적절히 치료하는 데 우려가 될뿐 아니라 심각한 국가안보의 위험을 드러낸다”며 “미국이 외국 공급사, 특히 중국 공급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국가 안보 위험”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전문가는 이번 조치가 오히려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미국 내 원료 생산율을 높이겠다고 하지만, 그에 대한 한계점이 분명히 있다”면서 “이번 조치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자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우방국에 대한 분산 노력이 있을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구축’에 합의했다. 고부가가치 원료를 중심으로 선제적으로 노력한다면 충분히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이와 관련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은 올해 1월 미 정부의 바이오 이니셔티브 등과 관련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위해 국내 제약·바이오산업계의 의견조사를 실시했다. 업계 의견을 반영한 결과 바이오제조 생태계 활성화 방안으로는 △합성생물학 기반 범용 인프라 구축 △초기 신약후보물질 유효성 평가 지원 △친환경 원료의약품 개발 지원 △국산 신약개발을 위한 정부차원의 제도적 지원 강화 △글로벌 수준의 제조혁신시설 확보 등에 대해 건의했다.
주요 현안 해결을 위한 R&D 추진 방안 및 국제 협력 방안으로는 △공공 전임상 플랫폼 및 원사이트·원스톱 인프라 고도화 △글로벌 블록화 대응 및 미국 주도 기술동맹 체제 유지를 위한 외교·안보라인 강화 △안정적 원료의약품 공급을 위한 글로벌 다자협정 체결 등을 제시했다.
조헌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연구개발진흥본부장은 “국내 기업의 미국 진출과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정부의 R&D 및 인프라·조세지원 강화책 마련이 필요하다. 한국 정부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원료의약품 자급도 향상, 글로벌 공급 역량 제고를 위한 지원 방안 등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