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발표한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여러가지 잡음이 나고 있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대규모 사업임에도 서울시에서는 사전 조사 등도 충실히 하지 않고 발표부터 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이에 일부에서는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 시장은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도시형 케이블카 ‘IFS 클라우드’ 승강장을 방문해 한강 횡단 곤돌라 사업에 관해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강 횡단 곤돌라는 앞서 9일 서울시가 발표한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의 주력사업 중 하나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서울시는 곤돌라 조성을 통해 주요 거점을 연결하는 교통 요소와 한강을 색다르게 조망할 수 있는 관광 요소를 모두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하지만 오 시장은 런던 현지에서 “와서 보니 경제적인 타당성이나 실용성에 대해서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하다”며 “어느 위치에 설치하느냐에 따라서 경제성 등의 편차가 크기에 조금 더 노선을 연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소극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오 시장의 발언은 런던 케이블카의 안전성 및 사업성 부족을 의식하고 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오 시장은 현장에서 강풍으로 정작 케이블카를 탑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 평균 풍속과 최대 순간 풍속이 이날 영국 현지와 비슷한 수준이였던 것을 고려하면 한강 곤돌라 역시 안전상 운행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또 런던 케이블카는 개통 초 관광객뿐 아니라 지역민의 교통수단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이용객 수가 계속 줄어 연 90억 원의 적자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관계자는 “곤돌라 사업 관련해 검토는 했지만, 수요조사 등을 사전에 깊이 있게 따로 진행하지는 않았다”며 “민간 제안이 이달 중 예정돼 있다. 내용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시 차원의 추가 조사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의 또 다른 한 축인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 사업과 관련해서도 잡음이 나오고 있다. 애초 회관은 영등포구 문래동에 짓기로 했는데 이번에 서울시가 사업지를 여의도공원 부지로 옮긴다고 발표하면서다.
이 사업은 서남권 문화 인프라 구축을 위해 2010년부터 문래동에서 추진돼왔다. 이후 2020년 영등포구의회에서 문래동 공공부지에 대한 공유재산 심의가 가결됐고, 2021년 11월에는 행정안전부 중앙투자심의까지 통과하는 등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돼 왔다. 실제로 현재도 해당부지에는 사업계획이 적힌 펜스가 세워져 있는 상태다. 서울시는 부지가 구유지라는 점과 면적이 작다는 점을 이전의 주요 이유로 꼽았다.
영등포구 문래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 사업은 이미 오래전부터 차질없이 진행해오던 사업으로 기대감이 컸다”며 “오 시장 말 한마디에 물거품이 돼버리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토로했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국회부의장도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들과의 약속을 탁상공론으로 하루아침에 뒤엎어버리는 무모한 행위는 시민과 구민을 농락하는 것”이라며 “회관이 원래 진행하던 대로 문래동에 건립되도록 역량과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이외에도 서울시가 8일 발표한 대관람차 ‘서울링’ 건립과 관련해서는 저작권 문제도 제기됐다. 마포구 상암동 일대 하늘공원에 조성되는 서울링은 180m 높이의 살 없는 고리형태로 만들어진다. 그러나 새건축사협의회는 서울시가 제시한 계획안이 2000년 당시 문화관광부가 설계공모를 추진했던 ‘천년의 문’ 디자인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새건축사협의회 관계자는 “서울링과 천년의 문은 개념과 형태, 명칭, 심지어 건립 위치까지도 비슷하지만 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며 “저작권을 무시하는 부도덕한 행위며 표절 혐의를 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천년의 문은 전망대고, 서울링은 관람차 형태의 유희시설로 기능이 다르다. 법률 자문도 받아 진행한 것”이라며 “제시한 디자인은 예시안에 불과하고 향후 민간제안을 통해 더 발전된 디자인으로 변경될 수 있다. 저작권 침해 표현은 과하다”며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