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타워크레인 ‘준법투쟁’ 사실은? “교묘한 태업” vs “법 지키는데 무슨 문제?”

입력 2023-03-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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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이 2일 오전 세종시 연기면의 한 건설 현장을 방문해 타워크레인 관련 안전수칙 준수 등 운영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이 2일 오전 세종시 연기면의 한 건설 현장을 방문해 타워크레인 관련 안전수칙 준수 등 운영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타워크레인 조종사 월례비를 놓고 정부와 노조 간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가 타워크레인 조종사에게 주는 월례비(일정 명목으로 매월 지급하는 돈)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이를 수취하는 조종사는 자격정지를 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에 타워크레인 노조 측은 이른바 ‘준법 투쟁’에 나서 공사 기간을 지연하는 등 맞불을 놓고 있다.

이렇듯 갑론을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투데이는 준법투쟁의 성격은 합법 또는 불법인지, 그리고 정부가 불법이라 규정한 월례비의 성격은 뭔지 확인해봤다.

◇타워크레인 노조 ‘준법투쟁’ 본질은?…정부·건설사는 “태업” vs 노조는 “정상”

먼저, 준법투쟁은 안전 규정과 법에 따라 공사를 진행한다곤 하지만 공사 지연 성격이 더 짙다. 시시각각 바뀌는 바람 속도나 신호수 배치 등 현장에서 지속해서 바뀌는 사항과 관련해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이 규정을 이유로 작업을 지연하는 것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물건 이동 중 낙상사고를 막거나 타워크레인 이동 관련 규정이 있는데 과거 현장에서는 일정 부문 (상황 변화를) 수용하고 작업을 진행했다면, 준법투쟁에선 작업을 멈추는 식”이라며 “지하철 파업 등에서도 준법투쟁이라면서 열차 진행 속도를 늦추고, 배차 간격을 지연하듯 타워크레인 작업도 같은 방식으로 늦추는 것”이라고 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타워크레인을 이용해서 돈을 벌 때는 안전 수칙이 있어도 유동적으로 적용하면서 돈을 벌어가더니 월례비를 주지 않는다고 하니 묵혀뒀던 안전 수칙을 꺼내 적용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또 타워크레인 기계 구조 특성상 작업 속도를 늦추는 행위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타워크레인 임대업계 관계자는 “크레인은 규정상 일정 속도 이상으로 움직여야 하는 기계인데 천천히 움직이면 고장이 발생한다”며 “작업을 지연시키고 저속으로 사용하면 타워크레인 구동 장치에 심각한 고장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타워크레인 저속 운행을 지속하다 크레인 손상이 발생하면 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관계자들이 2일 오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타워크레인 관련 안전수칙 준수 등 운영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방문하는 세종시 연기면의 한 건설 현장 앞에서 "건설노조 탄압을 중단"하라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관계자들이 2일 오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타워크레인 관련 안전수칙 준수 등 운영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방문하는 세종시 연기면의 한 건설 현장 앞에서 "건설노조 탄압을 중단"하라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 월례비=불법? 연장근로 따른 수당에 무게…정부·건설사는 ‘반대’

타워크레인 노조가 받은 월례비의 성격을 놓고도 양측의 의견이 엇갈린다. 타워크레인 조종사는 크레인 임대사업자와 고용 계약을 맺고 월급을 받는다. 월례비는 월급 이외의 가욋돈으로 시공사가 크레인 조종사에게 현금을 줘가면서 공사 기간을 맞추기 위해 지급한 관행적 수당이다.

정부는 월례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월례비 수취 크레인 기사에게 최대 1년 면허 정지 등의 중징계를 내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크레인 조종사는 월례비는 추가 근로 수당이자 성과급이라고 맞선다.

실제로 월례비와 관련해 고등법원도 임금의 일부라고 판결한 바 있다. 최근 광주고등법원은 A 건설업체가 타워크레인 회사에 소속된 기사 16명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소송 항소심에서 A 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1심에서는 월례비가 임금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지만, 항소심에서는 임금으로 인정한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타워크레인 기사들에 대한 월례비 지급은 수십 년간 지속해 온 관행으로서, 사실상 근로의 대가인 임금의 성격을 가지게 됐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러한 법원 판단에 대해 국토부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국토부 관계자는 “월례비는 정상적인 근로계약에 의한 것이 아니고, 그간 조종사의 요구 등에 따라 묵시적으로 지급해왔던 것”이라며 “월례비가 정당한 노동의 대가라면 합법적인 근로계약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 조사에 따르면 한 사람이 월례비를 최대 2억2000만 원까지 수취한 경우도 있었다. 또 월례비를 강요에 대해 거절하는 과정에서 조종사들의 태업으로 공기가 늦어져 불만을 토로하는 현장도 많았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건설현장에서는 조합의 힘은 절대적”이라면서 “만약 조합에 소속된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돈을 주지 않는다면 일을 천천히 한다든지 돈을 대 준 업체 먼저 일을 한다든지 이런 식으로 공사를 고의적으로 지연시킨다”고 했다.

이어 “월례비는 기사 혼자 쓰는 게 아니라 소속된 조합과 나눠 갖는다”며 “어떤 달에는 더 월례비를 더 많이 요구하는 등 굉장히 조직적으로 움직인다”고 덧붙였다.

지방의 한 전문건설업체 관계자는 “공사현장에서 가짜 임금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 팀장들은 월 800~900만 원씩 수 개월간 지급하기도 했다”며 “심지어는 작업능력을 올리지 않고 공기 지연을 시키면서 퇴직금까지도 요구해 퇴직금까지 준 적도 있다. 속이 타들어 간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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