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간의 민사 소송 1심 판결에서 메디톡스가 일부 승소했습니다. 두 회사는 2016년부터 ‘보툴리눔 톡신’의 원료가 되는 균주와 생산 공정을 두고 2016년부터 다툼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보툴리눔 톡신은 식중독을 일으키는 보툴리눔균에서 추출한 독성 단백질로, 이 독소를 피부 밑에 주입하면 미세한 근육 마비가 일어나면서 주름이 펴집니다. 메디톡스는 2006년 국내 최초이자 세계 네 번째 보툴리눔 톡신 제제인 ‘메디톡신’을 출시했습니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보다 늦은 2014년 보툴리눔 톨신 제제인 ‘나보타’를 선보였습니다.
메디톡스 제품에 사용된 보툴리눔 균주는 1978년 양규환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박사가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연구소에서 받아온 홀 A 하이퍼(Hall A Hyper)입니다.
대웅제약은 경기도 용인시 토양에서 균주를 발견했고, 이를 통해 나보타를 개발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메디톡스는 전 직원이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 기술문서를 훔쳐 대웅제약에 제공해 불법적으로 취득,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메디톡스는 2017년 1월 산업기술유출방지법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형사 고소하고, 같은 해 10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손해배상 청구액은 11억 원에서 501억 원까지 크게 늘었습니다.
10일 열린 민사소송에서는 메디톡스가 승리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61부는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 대웅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금지 청구 소송을 10일 원고 일부 승소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대웅제약 균주가 메디톡스 균주와 다르다고 보기 어렵다”며 “대웅제약이 국내 토양에서 균주를 추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법원은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에 400억 원을 지급하고 메디톡스에 보툴리눔 톡신 균주를 전달하며 일부 균주를 활용해 만든 완제품을 폐기하도록 했습니다. 아울러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제조 및 판매를 금지했습니다.
메디톡스는 이번 판결을 완승했다고 평가하며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과학적 증거로 내려진 명확한 판단이다. 대한민국에 정의와 공정이 살아있음을 확인하게 돼 매우 기쁘다. 메디톡스의 정당한 권리보호 활동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대웅제약은 “명백한 오판”이라며 “즉각 강제집행정지신청 및 항소를 신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두 회사는 해외에서도 소송전을 이어갔습니다. 메디톡스는 2019년 미국에서 대웅제약과 이 회사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가 균주와 제조공정 등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행정소송을 제기했죠.
ITC는 2020년 12월 대웅제약의 제조공정 도용을 인정하며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의 미국 수입 21개월 금지 조치를 내렸습니다.
이후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가 합의금과 매출 로열티를 메디톡스 협력사 엘러간에 지급하기로 해 합의했고, 나보타의 미국 내 치료 적응증 유통권을 가진 협력사 이온바이오파마 역시 15년간 메디톡스에 라이선스 로열티 지급을 결정해 나보타 수입 금지 판결이 2021년 10월 무효화됐습니다.
메디톡스는 같은 이유로 국내 다른 보툴리눔 톡신 기업인 휴젤과도 ITC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지난해 3월 메디톡스는 휴젤을 상대로 균주 및 제조공정 도용을 의심해 미국에 수입 금지를 요청했습니다.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의 이번 민사 소송 결과에 따라 휴젤을 비롯한 다른 업체에 소송을 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현재 전 세계 62개국에 품목허가를 획득하고, 작년 누적 수출액 1000억 원을 기록한 대웅제약의 ‘나보타’, 유럽과 중국, 호주 등에 진출하며 43개국에서 허가 판매중인 휴젤의 ‘보툴렉스’ 모두 미래가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