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끌어올리기에는 물가 부담 너무 크다”

입력 2023-02-01 17:00 수정 2023-02-0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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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의 물가 전망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6개월 만에 3%대로 하락했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12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1월(4.2%)보다 0.4%포인트 낮은 3.8%로 집계됐다. 향후 1년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 7월 4.7%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이후 줄곧 4%대를 유지해왔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3%대로 내린 것은 지난 6월(3.9%) 이후 처음이다. 이날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소비자들의 물가 전망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6개월 만에 3%대로 하락했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12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1월(4.2%)보다 0.4%포인트 낮은 3.8%로 집계됐다. 향후 1년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 7월 4.7%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이후 줄곧 4%대를 유지해왔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3%대로 내린 것은 지난 6월(3.9%) 이후 처음이다. 이날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가 내수 부진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계속 오르는 물가에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다.

◇월급은 ‘그대로’인데…치솟은 물가에 소비 심리 ‘위축’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는 107.71로 직전년에 비해 5.1% 올라 외환 위기(7.5%)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외식 물가도 치솟았다. 지난해 연간 외식물가지수는 110.71로 상승률은 7.7%를 기록했다. 이는 1992년 10.3% 이후 30년 만에 최고치다.

물가는 치솟고 있지만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녹록치 않다는 게 문제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2022년 12월 사업체노동력조사(11월 근로실태조사)’ 결과에서 지난해 11월 전체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이 358만5000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4.5% 증가했다. 하지만 임금상승률이 같은달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5.0%)에 미치지 못하면서 실질 임금 증가율은 4월 이후 8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고용 증가세 둔화도 골칫거리다. 작년 12월 사업체 종사자는 1897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42만7000명 늘었다. 전월보다 증가 폭은 1만3000명 확대됐으나, 여전히 40만 명대 초반에 정체됐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는 크게 위축된 상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0.7로 7개월 째 100 이하에 머물고 있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 중 △현재생활형편 △생활형편전망 △가계수입전망 △소비지출전망 △현재경기판단 △향후경기전망 등 6개 주요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지표로 기준값 100보다 크면 낙관적임을,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높을수록 경기 전망을 낙관해 소비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정여경 NH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봉쇄령 등 글로벌 경기 둔화로부터 한국 경제를 방어한 것은 내수 소비였다”면서 “하지만 작년 4분기부터 소비 부진이 가시화되면서 본격적으로 경제 지표로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내수를 끌어올리기에는 서민들의 물가 부담이 너무 크다”고 봤다.

◇콜라·생수·아이스크림·햄버거 다 올랐다…가격 인상 ‘진행중’

서민들의 사정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지만, 당분간 생활 물가가 계속해서 오를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내수 위축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와 비교할 때 가격이 두 자릿수로 오른 외식 메뉴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가장 많이 오른 외식 메뉴는 자장면으로 2021년만 해도 서울지역 평균 자장면 값은 5692만 원이었지만 지난달에는 6569원으로 무려 15.4% 뛰었다. 같은기간 2731원이던 김밥은 3100원으로 비싸졌다.

여기에 가공식품 오름세는 2년째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연초에는 LG생활건강과 롯데칠성음료가 콜라 가격을 올렸고, 2월 들어서는 생수 브랜드 1위 삼다수의 출고가가 평균 9.8% 인상됐다. 아이스크림 선두업체인 빙그레와 롯데제과 제품도 각각 20% 내외로 비싸졌다. 롯데제과와 해태제과의 과자값도 올랐다.

빵과 아이스크림, 주류값도 오른다. 파리바게뜨는 2일부터 95개 품목 가격을 평균 6.6% 올리고, 롯데리아는 제품 판매 가격을 평균 5.1% 인상한다. 이달부터는 아이스크림 점유율 선두업체인 롯데제과와 빙그레가 월드콘과 메로나 등의 가격을 올린다. 업계 안팎에서는 선두업체가 가격 인상의 물꼬를 트면 다른 업체들의 뒤따르는 도미노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주류 가격도 오를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오는 4월부터 내년 3월까지 반출·수입 신고하는 맥주와 막걸리에 대한 세금을 각각 리터(ℓ)당 30.5원(885.7원), 1.5원(44.4원) 인상하기로 했다. 통상 주류업체들은 정부의 주세 인상 직후 가격을 올리는 흐름을 보인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1~2년간 식품업체들이 연일 가격을 올리면서 이제는 소비자들에게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를 심어줘야 하는데, 연초부터 또 다시 가격 인상 러시에 나서며 내수 진작에 찬물을 뿌리고 있다”면서 “기업들은 가격을 올려 실적을 메꾸기 보다는 거시적 안목으로 사회적 책임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최근에는 치솟고 있는 전기료와 난방비도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가고 있다. 한국도시가스협회에 따르면 지난 12월 서울 도시가스 소매요금은 1메가줄(MJ·가스 사용 열량 단위)당 19.69원으로, 전년 동기(14.22원) 대비 38.4% 상승했다. 전기료는 지난해 세 차례(4·7·10월)에 걸쳐 kWh(킬로와트시)당 19.3원 오른 데 이어, 이달부터 13.1원 올랐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작년 하반기부터 생활물가가 치솟으면서 실질 소득이 감소하고 있다”면서 “서민들에게 전기료나 난방비를 비롯해 대중교통에 대한 보조금 지원으로 가처분 소득을 늘려주는 방안이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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