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 vs 무보' 갈등 재점화...산업부 '태세 전환' 이유는

입력 2023-01-10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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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무보·산업부와 협의한 내용"
산업부 "무보는 무보, 수은은 수은대로"
지난 정부 때 갈등에도 협의 마친 듯
무보 노조, 법적 조치 등 대응책 검토

▲지난 9일 기획재정부가 법제처에 공고한 '한국수출입은행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 내용 중 일부. 수출입은행이 연간 보증할 수 있는 총금액 한도를 35%에서 50%로 확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자료제공=법제처)
▲지난 9일 기획재정부가 법제처에 공고한 '한국수출입은행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 내용 중 일부. 수출입은행이 연간 보증할 수 있는 총금액 한도를 35%에서 50%로 확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자료제공=법제처)

한국수출입은행 시행령 개정안(수은법) 입법예고에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 노조가 반발했지만, 정부는 부처와 기관끼리 합의가 됐다며 문제 될 게 없다고 반박했다. 지난 정부에서 무보의 의견을 대변했던 산업통상자원부도 개정안 추진에 찬성 의견을 밝혔다. 무보 노조는 법적 대응까지 이어갈 계획이다.

1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기재부와 산업부는 수은법 입법예고 전 사전 조율을 이미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두 부처는 사전에 합의를 마쳤기에 개정안으로 무보가 피해 보는 일은 없다고 주장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무보나 산업부와 이미 협의가 된 내용"이라며 "이미 2021년에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의결해 합의했고, 당시에도 무보 노조가 반발해 국민감사 청구까지 했는데 기각된 바 있다"고 밝혔다.

산업부 역시 기재부에 의견에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기재부와 긴밀히 협의했다. 양 부처가 논의해서 대외경제장관회의 때 합의한 내용을 반영했다"며 "무보는 무보대로, 수은은 수은대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은법 입법예고에 따르면 수은이 연간 보증할 수 있는 대외채무보증 총금액 한도가 35%에서 50%로 늘어난다. 쉽게 말해 수은이 수출 기업의 보증을 설 수 있는 총금액이 기존보다 15%포인트 확대되는 것이다.

이에 무보 노조는 반발했다. 노조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수은법 개정령안 입법예고는 우리 수출이 엄중한 상황에서 국부 유출과 불필요한 정책금융 기능 중복을 야기하는 개악"이라고 일갈했다. 수은의 총금액 한도가 늘어나면, 본인들이 보증할 수 있는 대상이 줄어든다는 논리다.

무보의 관련 부처인 산업부도 지난 정부에선 반대 목소리를 냈었다. 당시 유명희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수은의 대외채무보증 총액을 확대하려고 하자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반발했고, 홍 전 부총리는 "부처 이기주의의 전형"이라고 반박했다고 알려졌다.

이후 산업부가 보도 해명자료를 통해 부처 간 합의 의사를 밝혔고, 기재부와 산업부가 논의를 진행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여러 차례 정부 회의체에서 합의한 내용으로 진행된다고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기재부와 산업부는 최근 수출 환경이 어려워진 점과 이번 조치로 무보가 피해 보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합의를 마친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산업부가 기재부의 논리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수은법 시행령은 대외채무보증 한도를 완화하는 것이고, 보험과 보증 상품 자체는 다르다"며 "국가적으로 보면 해외 수주를 계속 늘려야 하고, 이를 뒷받침해주려면 정책 금융 수단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보 노조는 지난번 시행령 개정 추진 때 국민감사 청구로 제동을 걸며 입법예고를 늦췄었지만, 기각됐기에 이번엔 형사 처리 등 법적 대응까지 준비 중이다. 노조 관계자는 "법적 대응을 포함해 모든 수단으로 수은법 시행령 개악을 저지해 기관 간 출혈 경쟁에 따른 국력 낭비를 막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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