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거래로 몸집을 불린 해외직구 시장 규모에 발맞춰 막대해지는 소비자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온라인 보세수입 제도'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소비자단체, 학계, 산업계의 목소리가 나왔다.
'온라인 보세수입 제도'는 중국이 지난 2014년 도입한 '중국 온라인 보세수입 제도'를 모델로 한다. 해당 제도로 자국 내 보세구역에 해외 판매사들이 물류창고를 지어 상품을 팔 수 있다. 해외에서 발송되는 물품에 하자가 생기면 반품, 환불 등 애프터서비스가 어려워 아예 외국셀러들의 재고창고를 국내 보세구역에 들여 CS를 보강하고 소비자 후생을 살리는 장점이 있다.
다만 관세청 등 유관부처는 세수 감소, 조세 형평성 등 이해관계자별 입장 차가 큰 만큼 제도 현실화에 대해서는 신중해야한다는 입장이다.
20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실과 공동으로 개최한 '소비자문제 해결을 위한 보세구역, 자유무역지역 해외직구 제도 토론회'에서 해외직구 소비자 피해 예방 대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해외직구에서 발생한 소비자 문제를 제도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소비자단체, 산업계, 학계 등 각계 이해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여 토론회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블랙프라이데이 문화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직구 관련 소비자 피해 문제들이 가시화하고 있다"라면서 "하지만 문제 발생 이후 소비자단체에서 해결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해외직구 관련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일단은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긴급 조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사무총장은 "소비자 피해 특성상 개인인 소비자의 자력 구제는 어렵다"라면서 "소송이든 형사 사건이든 간에 개인이 모든 시간과 비용을 부담하면 불가능하다. 그래서 포기하게 마련인데 개인적 자율제가 아니라 시스템으로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방안이 필요하다"라고 촉구했다.
대안으로 제시된 '온라인 보세수입 제도'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국내 보세구역 설치로 올라가는 비용이 그대로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면세 혜택이 주어지는 만큼 세수손실 문제를 피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김주원 여성소비자연합 사무처장은 "해외직구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 경쟁력이다. 그러나 보세구역이 지정되며 관리, 반품, 환불 등 풀필먼트 시설로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것"이라면서 "이 비용은 추후에 소비자 상품 가격으로 전가될 수 있다. 해외직구 문제점을 보완하는 게 아니라 아예 새로운 수입제도가 들어오는 격"이라고 우려했다.
정다운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전자상거래 규모가 커지면 면세 규모 역시 동반 증가해 사실상 국내 세수손실이 엄청 커지는 셈"이라면서 "최근 5년간 전자상거래 통관 건수 기준 약 95%가 면세된다는 통계가 있어 소액 수입물품 면세제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반면 김숙경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쿠팡, 11번가 등 기존 해외직구 플랫폼 외 국경 간 전자상거래 전문 플랫폼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온라인 보세수입 제도 도입 시 얻게 될 산업적 효과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김 연구위원은 "보세창고 기능에 더한 풀필먼트 시스템 장착으로 해외직구 관련 물류업 역시 활성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희리 관세청 통관물류정책과장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에 따라서 득실이 다르기 때문에 균형적인 관점에서 검토를 해야 되는 건 당연히 정부 당국의 몫"이라면서 "제시되는 중국의 사례는 아주 스탠다드한 방식은 아니다. 거래정보 제공, 총면세한도 등 여러 측면에서 차이가 나는 만큼 다른 나라 사례들도 비교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윤 사무총장과 함께 이홍숙 호남대 경영학부 교수가 발제를 맡았고, 토론회에는 신종원 한국YMCA 전국연맹 이사가 좌장으로, 김 통관물류정책과장, 정 부연구위원, 김 사무처장, 김숙경 선임연구위원과 함께 강민호 식품의약품안전처 수입유통안전과장, 이은재 단국대 무역학과 교수(한국무역학회 차기회장), 윤선용 한국주류수입협회 사무국장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