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유상증자 참여로 이미 CS 대주주
투자 통해 스위스 대표은행 노하우 전수 기대
빈 살만, 빅테크·영국 프리미어리그 등 다양한 투자 주도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빈 살만 왕세자가 밥 다이아몬드 바클레이스 전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아틀라스 머천트 캐피털’등과 함께 CS 퍼스트 보스턴에 10억 달러를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체 투자액의 절반인 5억 달러(약 6500억 원)를 사우디가 부담하는 방향이다.
‘CS 퍼스트 보스턴’ 투자의 중심에는 마이클 클라인이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 회사의 CEO로 임명된 클라인을 지원 사격하는 차원에서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이아몬드도 바클레이스를 이끄는 동안 리먼브러더스 미국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클라인으로부터 자문을 받은 인연이 있다.
클라인은 월가 최고 ‘딜메이커’로 손꼽힌다. 2019년에는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기업공개(IPO)를 진두지휘했으며, 사우디의 주요 거래 자문 역할을 하며 빈 살만 왕세자의 두터운 신임을 받게 됐다.
이미 사우디는 사우디국영은행(SNB)을 통해 최근 CS가 사업 개편 차원에서 진행 중인 42억 달러 규모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한 상태다. 유상증자 참여로 SNB는 CS의 지분 9.9%를 보유해 최대주주에 등극하게 됐다. 빈 살만 왕세자는 SNB의 대주주인 사우디 국부펀드 공공투자펀드(PIF)의 수장도 맡고 있다. SNB는 CS 투자를 통해 스위스 대표 은행의 각종 노하우를 전수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S는 지난 10월 대대적인 사업 개편 계획을 밝히며 쇄신에 나선 상태다. 그린실캐피털과 아케고스캐피털 사태 등 각종 스캔들에 휩싸이면서 실적까지 부진을 면치 못한 영향이다. CS의 올해 3분기 순손실은 40억3400만 스위스프랑에 달했다. 이는 시장이 예상한 손실 규모(5억6793만 스위스프랑)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이에 CS는 IB 사업부에서 기업금융과 인수·합병(M&A) 부문을 떼어내 ‘CS 퍼스트 보스턴’이란 이름으로 분사하기로 했다. 글로벌 기업금융과 M&A 자문역량을 강화해 전통의 IB 명가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목적이다. 동시에 신설될 회사는 CS의 대규모 손실과 법적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도 분사의 이유로 꼽힌다.
빈 살만 왕세자는 PIF 등을 통한 해외 자산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는 전기차 업체 루시드모터스, 소셜미디어 트위터와 차량공유업체 우버 등 빅테크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물론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뉴캐슬 유나이티드에도 투자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석유 의존 경제 탈피를 목표로 ‘사우디 비전 2030’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런 왕성한 투자는 자신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