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의 경제 이야기-약팽소선(若烹小鮮)] 금융 혁신을 위한 규제 개혁

입력 2022-11-07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연세대 특임교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근 레고랜드 사태에서 촉발된 금융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지방자치단체의 지급보증 거절이 전반적인 금융경색을 초래하고 이는 다시 전반적인 금융위기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게 했다. 금융당국의 기민한 대처로 일단 급한 불은 끈 상태이지만 아직도 완전히 불씨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금융이란 이와 같이 작은 위험도 순식간에 큰 위기로 확대될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산업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금융에 의해 자본조달이 원활해짐에 따라 실물경제의 활황이 촉진되고 이는 다시 금융의 발전을 가져오는 선순환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실러 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금융이란 온갖 인간의 활동을 촉진하면서 가장 순수한 아름다움을 발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금융을 이렇게까지 찬양하느냐 하는 의견은 있겠지만 금융이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금융은 그 본질상 많은 규제를 포함하게 마련이며 그런 의미에서 규제산업이 될 수밖에 없다. 금융이란 기본적으로 신용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그 신뢰를 담보하는 힘이 없으면 존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 신뢰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은 국가가 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동시에 금융시장에 많은 개입을 수반하게 되는 것이다. 금융 소비자의 보호, 정보의 비대칭성 해결 등을 위한 규제의 필요성도 다 같은 맥락에서 설명이 된다 하겠다. 아울러 필요했던 규제도 시간이 지나면 필요 없게 되므로 폐지하거나 개정해야 한다. 이렇게 볼 때 금융의 역사는 규제완화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보기술(IT)의 발달과 함께 금융산업에도 혁신적인 변화가 이미 시작되었으며 미래에는 이런 흐름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다시 말해 금융의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전될 것인데 그 중심에는 인공지능(AI), 블록체인 기술 등이 존재한다. 금융의 미래는 금융의 디지털화와 동일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우선 AI의 경우 빅데이터, 모바일 뱅킹 등 관련 분야에서 이미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확실치 않은 것은 과연 AI가 단순한 시간절약, 편의성을 넘어서 인간의 판단을 대신하는 분야까지 발전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는 인공지능의 본질적 역할이 될 텐데 이렇게 되면 금융 투자에서 인간의 역할이 필요 없게 될 수도 있다(아직 이에 도달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긴 하다).

다음으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로 대표되는 블록체인 기반 금융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하는 것 역시 새로운 과제라 하겠다. 예를 들어 가상화폐만 하더라도 이것을 과연 화폐로 볼 수 있는가, 새로운 ‘투기수단’으로서 금융시장에 혼란을 가져올 때 이를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하는 문제 등이 제기되고 있다. 그리고 최근의 사례에서 볼 때 이런 문제들에 대한 대처가 상당히 어렵다는 것 또한 알 수 있다.

만약 블록체인 기술에 의한 신용 확립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정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왜냐하면 신용의 최종 담보자로서의 센터(국가) 역할이 필요 없게 되므로, 전통적인 화폐와 이에 기반한 금융 등이 필요 없어지고 완전히 새로운 금융질서 확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아직 이런 가능성에 회의적인 쪽이지만 이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볼 때 금융의 미래, 즉 디지털화에는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미래는 항상 불확실한 것이고 그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금융의 발전에 긴요하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처방안의 핵심은 규제 개혁(완화)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예를 들어 신규 진입을 용이하게 하는 자본금 요건 완화, 마이데이터 정보제공 확대, 빅테크와 금융회사 간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 적용 등 무수히 많은 개혁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이들을 다 나열할 수는 없겠으나 핵심은 전통금융회사와 빅테크 간의 상호진출을 용이하게 해줌으로써 금융의 진정한 디지털화를 달성하는 것이 미래 흐름에 대비하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각국은 이미 이를 위한 법적, 제도적 정비에 나서고 있다. 우리 역시 전자금융거래법 등의 법령과 각종 규제의 정비 등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여기도 품절이라고요?"…Z세대 '뷰티 방앗간' 된 다이소, 다음 대란템은? [솔드아웃]
  • ‘슈팅스타’ 오늘 첫 방송…‘큰 산’ 최강야구 넘을까? [해시태그]
  • 우리은행장 교체 수순…차기 행장 후보 내주 윤곽 나올 듯
  • 단독 부모-자녀 한 동네 사는 실버타운 만든다더니…오세훈표 '골드빌리지' 무산
  • ‘더 게임 어워드’ 올해의 게임 후보 6선…각 작품 경쟁력은? [딥인더게임]
  • "동덕여대 손해배상 상대 특정 어려워…소송 쉽지 않을 것"
  • 트럼프 등에 업은 머스크, 베이조스 겨냥…“그는 트럼프 패배 원했다”
  • 이재명, 또 입단속…“거친 언행 주의해달라”
  • 오늘의 상승종목

  • 11.22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8,020,000
    • +0.67%
    • 이더리움
    • 4,706,000
    • +6.98%
    • 비트코인 캐시
    • 685,000
    • -5.52%
    • 리플
    • 1,955
    • +23.58%
    • 솔라나
    • 363,400
    • +6.51%
    • 에이다
    • 1,210
    • +10.2%
    • 이오스
    • 980
    • +8.05%
    • 트론
    • 279
    • -0.36%
    • 스텔라루멘
    • 396
    • +15.45%
    • 비트코인에스브이
    • 95,150
    • -10.99%
    • 체인링크
    • 21,320
    • +4.41%
    • 샌드박스
    • 498
    • +5.29%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