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 조작 쉬운 ‘단독 상장’ 코인이 61%…“규제·진흥 균형 이뤄야”

입력 2022-09-2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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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금융연구원 디지털 금융 정책 세미나
“글로벌 발맞추며 거래소 자율 규제 이끌어내야”

▲2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국금융연구원이 주최한 '디지털 금융 관련 정책방향에 대한 논의'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안유리 기자 inglass@)
▲2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국금융연구원이 주최한 '디지털 금융 관련 정책방향에 대한 논의'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안유리 기자 inglass@)

디지털 가상 자산의 혁신과 규제의 균형은 가능한가. 29일 한국금융연구원이 주최한 ‘디지털금융 관련 정책 방향에 대한 논의’ 세미나에서는 가상 자산의 혁신과 규제 사이 균형을 어떻게 이뤄나갈지에 대한 첨예한 논의가 오갔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금융혁신연구실장은 “한국 주식 시장이 미국 시장처럼 팬데믹 이후 가격과 수익의 변동성 측면에서 상관관계를 보인다”면서 “디지털 자산이 금융 시스템 리스크를 촉진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원이 디지털 자산과 금융시장의 연결성을 실증 분석한 결과, S&P 500 지수와 비트코인의 변동성 파급효과는 팬데믹 이전 1.0%에서 17.0%로 급증했고, 코스피 200지수와 비트코인의 변동성 파급효과는 팬데믹 이전 1.36%에서 7.05%로 급증했다.

이대기 연구원은 투자자 보호와 제도 보완을 강조하며 △금융회사의 디지털 자산 출연·투자 규제 강화△투자 백서 발행 및 공시 의무화 △스테이블코인 상환청구권 △스테이블코인 자산 적립 의무 등을 구체적인 방안으로 제시했다.

박선영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입법 시행은 국제 속도와 맞출 수밖에 없어 당분간 규제가 없는 상태 속에 업계의 자율 보호 개선 노력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면서 “문제는 시장 감시가 수수료 수익과도 직결돼, 거래소의 시장 감시를 어떻게 끌어낼지 우리의 과제”라고 말했다.

박선영 교수는 특히 하나의 거래소에만 상장하는 ‘단독 상장’ 가상 자산의 시장 감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의 61%가 단독 상장된다. 문제는 단독 상장된 가상 자산이 시가 총액이 작아 시세 조작에 쉽게 노출되고, 거래 데이터를 개별 거래소만 갖고 있어 거래량과 가격이 누구에 의해서 어떻게 결정되는지 사실상 외부에서 알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박 교수는 “단독 상장은 우리나라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우선 해결 과제”라면서 “입법 방향은 기술 중립적이면서 국제 정합성을 갖추면서, 업계에서는 조금 더 구체적이고 실체적인, 책임 있는 혁신을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호 고려대학교 컴퓨터학과 교수는 규제와는 별개로 진흥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호 교수는 “향후 2027년까지 전세계 GDP 10%가 디지털 자산으로 운영될 것으로 예측된다”며 “금융 당국과 기관이 디지털 전환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호 교수는 “지금 가상 자산을 담당하는 금융위는 규제 기관”이라면서 “정부 정책이 규제와 진흥을 50대 50 균형을 갖고 다뤄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 산하 콘텐츠·산업기술진흥원처럼 범부처 진흥 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싱가포르 통화청(MAS) 림투앙리(Lim Tuang Lee) 통화국장 역시 규제와 진흥의 균형을 강조했다. 림투앙리 국장은 MAS는 암호화폐 레버리지를 제한하는 등 구체적인 규제책을 논의하면서 “MAS가 신산업 혁신의 중심이 되도록, 혁신과 규제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태 금융감독원 디지털 금융혁신국장은 “지난 16일 미국 금융당국이 발표한 보고서는 소비자 보호와 함께 산업 보호 내용을 담고 있었다”면서 “미국이 금융 시장에서 주도권을 놓지 않았듯, 디지털 자산에서도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점을 시사했다”고 말했다.

진흥과 규제가 동시에 양립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이한상 고려대학교 회계학과 교수는 “현재 국회에 발의된 가상 관련 법안 10여 개의 법안 대부분이 규제책”이고 “다른 나라의 입법례에도 진흥을 위한 법안은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테라·루나 사태 등 일련의 사태들이 제도가 없어서 이런 발생한 것인지, 정부가 돈을 들여 이걸 정말 보호해야 하는지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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