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버덕’ 플로렌타인 호프만 작가 “코로나·태풍 피해…러버덕이 위로돼주길”

입력 2022-09-29 16:45 수정 2022-09-29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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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동호에서 열린 '러버덕 프로젝트 서울 2022'에서 높이 18m 대형 러버덕이 호수에 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29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동호에서 열린 '러버덕 프로젝트 서울 2022'에서 높이 18m 대형 러버덕이 호수에 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인근은 이른 오전부터 인파가 몰렸다. 먼발치에서 노란 빛깔을 띠던 물체는 가까이에 다가가자 그 위용을 드러냈다. 가로 19m, 세로 23m, 높이 18m의 공공설치미술 ‘러버덕’이 호수 중앙에 띄워졌다. 현장 진행요원과 취재진뿐만 아니라 지나가던 주민, 직장인들의 미소와 활기가 가득했다.

지난 2014년 방문객 500만 명을 돌파했던 인기 설치미술 ‘러버덕’이 8년 만에 한국에 돌아왔다. 롯데월드타워는 29일 오전 석촌호수 동호에서 류제돈 롯데물산 대표이사, 서강석 송파구청장, 러버덕을 제작한 플로렌타인 호프만(Florentijn Hofman) 작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러버덕 프로젝트 서울 2022’ 오프닝 기념식을 열었다.

러버덕은 2007년 프랑스 생 라자르에 첫선을 보인 호프만 작가의 야심작이다. 네덜란드 전역과 브라질 상파울루, 일본 오사카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열린 전시만 25회가 넘는다. 코로나19 발생했던 2020년 일본 오사카 전시가 마지막이었다. 올해 첫 전시 일정으로 호프만 작가는 대한민국 서울을 점찍었다.

그는 “롯데월드타워와 송파구청이 러버덕을 다시 초대해줬다. 제안받았을 당시 망설이지 않고 ‘예스(Yes)’를 외쳤다. 사실 이번에도 좋아해 주실까, 걱정했다. 그런데 어젯밤에 미리 나와 보니까 이미 사람들이 행복해하고 사진 찍는 모습을 보면서 좋았다”며 “코로나바이러스의 피로감을 덜어주고 서울에 많은 위로가 돼줄 거로 생각한다. 최근 태풍 피해 소식을 듣고 더욱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29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동호에서 열린 '러버덕 프로젝트 서울 2022'에서 (왼쪽부터) 류재돈 롯데물산 대표이사, 플로렌타인 호프만 작가, 서강석 송파구창장이 테이프 커팅을 마친 후 러버덕 인형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29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동호에서 열린 '러버덕 프로젝트 서울 2022'에서 (왼쪽부터) 류재돈 롯데물산 대표이사, 플로렌타인 호프만 작가, 서강석 송파구창장이 테이프 커팅을 마친 후 러버덕 인형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돌아온 러버덕은 8년 전보다 2m 더 커졌다. 핼러윈 시즌과 맞물려 러버덕의 핼러윈 버전도 함께 공개된다. 레인보우덕, 해골덕, 드라큘라덕, 고스트덕 등이 롯데월드타워와 몰 곳곳에 전시된다. 호프만 작가는 레인보우덕에 대해 “지금은 포용의 시대다. 종교, 젠더 등과 관계없이 우리 시민 모두가 동등하단 의미를 담고 싶었다”고 의미를 소개했다.

네덜란드 출신의 플로렌타인 호프만(45) 작가는 공공설치 미술전문가다. 석촌호수 러버덕 외에도 세계 각지에 다앙한 조형을 설치해왔다. 중국 신화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달 토끼’, 슬리퍼로 만든 16m 크기의 대형 원숭이 ‘fat monkey’ 등이 대표 작품들이다. 한국과는 <러버덕(2014)>을 시작으로 <1600 판다+(2015), <슈퍼문(2016)>, <스위트스완(2017)>, <카우스:홀리데이 코리아(2018)>, <루나프로젝트(2019)>의 작품을 선보이며 인연을 이어왔다.

▲플로렌타인 호프만 작가 (사진제공=롯데물산)
▲플로렌타인 호프만 작가 (사진제공=롯데물산)

다음은 호프만 작가와의 일문일답

Q. 러버덕과 함께 8년 만에 돌아온 소감은?

“8년 전 러버덕을 진행하면서 처음 한국문화를 경험했다. 한국에서 러버덕을 다시 보여줄 수 있게 돼 더욱 즐겁다. 2022년에 돌아온 러버덕은 다시 세계와 한국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 지를 보여줄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의 다른 장소에도 러버덕이 방문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Q. 2014년 <러버덕>을 포함 모든 전시가 석촌호수에서 진행됐다. 같은 장소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

“러버덕을 포함해 내 작품들은 공공 영역에 설치된다. 러버덕을 보기위한 어떠한 제약도 없다. 누구나 원하면 작품을 볼 수 있고 즐길 수 있다. 이런 공공프로젝트가 진행되려면 여러 사람의 노력과 후원이 필요하다. 오사카, 칠레에서도 러버덕이 두 번 전시됐다. 러버덕과 같은 모습이지만 그것을 느끼고 즐기는 사람들에겐 다른 감정으로 다가올 것이다.”

Q. 과거 인터뷰에서 “한국은 스트레스가 많은 사회”라고 했다. 그동안 코로나19 등 변화가 있었다. 지금 한국사회는 어떤 모습인가?

“서울은 매우 크게 느껴지는 도시다. 내가 사는 곳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서울은 큰 도시로 활기차고 에너지가 넘친다. 그러면서도 치열한 경쟁 속에 사는 것처럼 보인다. 내가 사는 곳과 비교해서는 말이다. 같이 만나고 감정을 교류할 수 있는 러버덕이 또 다른 서울의 에너지가 됐으면 좋겠다.”

Q. ‘러버덕’의 러버(rubber)가 한국인들에겐 ‘러버(lover)’로 들리기도 한다.

“몰랐는데, 마음에 드는 포인트다. 송파구청장과 대화를 할때 한국의 저출생 이야기를 들었다. 러버덕은 새 생명을 상징한다. 어린 오리라는 점에서 그렇다. 한국사람들이 더 많은 사랑을 할 수 있도록 러버덕이 좋은 자극제가 될 거라 희망한다.”

Q. 공공미술을 선택한 이유는?

“공공영역에 전시되는 작품들은 모두를 위한 예술이다. 티켓을 살 필요가 없다. 이것이 가장 큰 매력이지 않을까. 공공의 영역에서는 바람, 햇빛, 눈과 비 등의 자연과 그 환경들과 조화되면서 다양한 감정을 만들 수 있다.”

Q. 앞으로 계획은?

“지금 중국 베이징의 뮤지엄에서 전시가 진행 중이다. 이 전시가 서울에서도 진행되면 좋을 것 같다. 또 NFT 작품도 런칭할 계획을 하고 있다. 코로나 시기는 전 세계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경험이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고립의 순간들이 있었다. 다시 오는 러버덕으로 행복과 즐거움이 전파됐으면 좋겠다.”

(조현호 기자 hyunho@)
(조현호 기자 hyun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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