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10대 성폭행 혐의’ 라이베리아 공무원, 면책특권 받지 못한 이유

입력 2022-09-26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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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라이베리아 공무원 2명
 (출처=라이베리안옵서버 보도화면)
▲여중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라이베리아 공무원 2명 (출처=라이베리안옵서버 보도화면)

국제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부산에 왔던 라이베리아 공무원 2명이 우리나라 여중생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들은 외교관 면책특권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비엔나 협약’ 적용 대상이 아니라며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만약 이들이 주장이 받아들여졌다면, 그들은 죗값을 치르지 않고 자국 도피가 가능했을까.

면책특권 대상, 대사관 직원과 가족

보통 상대국에서 활동하는 국가기관은 대사관과 영사관이 있다. 대사관은 한 나라의 대통령(의원내각제 총리)을 대신해 각국에 파견한 국가기관이며, 영사관은 중앙 부처가 편의상 상대 국가에 설치한 기관이다.

비슷해 보이지만 추가 설치 여부를 보면 차이점을 알 수 있다. 나라의 대표 격인 대사관은 하나만 설치할 수 있고, 영사관은 편의상 여러 곳에 추가 설치할 수 있다.

어느 나라든 대사관은 하나지만 상대 국가의 규모가 커 행정 편의상 다수의 기관이 필요할 때 영사관을 추가 설치할 수 있다. 부처별 업무를 영사관에서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한국대사관은 워싱턴 D.C.에 있다. 그런데 미국이 너무 넓어서 업무를 보기 불편하므로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뉴욕, 호놀룰루, 댈러스 등 13곳에 총영사관을 운영 중이다.

대사와 대사관 직원들은 그 나라의 대통령을 대신하는 자격이기 때문에 현지 법을 적용받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반면 영사관 직원들은 직무 중 발생한 범죄행위에 대해서만 면책특권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취 상태로 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된 광주 중국 총영사관 소속 주재관이 결국 면책특권이 인정받지 못해 형사 처벌 절차를 밟은 것도 이 때문이다.

▲라이베리아 위치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라이베리아 위치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라이베리아 공무원들이 면책특권 없어

전 국민을 분노케 한 라이베리아 공무원들은 범행 후 면책특권을 주장했다. 만약 이들이 대사관에서 일하는 외교관이었다면 면책특권을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경찰은 국내 근무를 위해 부여받은 외교관 신분이 아니어서 면책특권을 규정한 ‘비엔나협약’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법제처에 따르면 1971년 1월 27일 발효된 비엔나 협약은 상대국가에서 활동 중인 외교관이 현지에서의 범죄행위에 의해 처벌받지 않는 것을 골자로 한다. 외교관은 공관장이나 공관의 외교직원을 말한다. 즉 대사와 대사관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말하며, 가족도 포함된다. 라이베리아 공무원들은 해양수산부와 국제해사기구(IMO)가 공동 주최한 ‘한국 해사 주간’ 행사의 교육 프로그램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거될 당시 외교관 여권을 가지고 있었지만, 한국 근무를 위한 외교관 지휘를 부여받은 것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국가 관계 고려해 면책특권 포기

만약 라이베리아 공무원들이 외교관 자격이었더라도 국내에서 처벌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비엔나 협약이 외교관에게 상대국가 국민을 대상으로 범죄행위를 마음껏 하도록 둔 제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외교관이 개인의 이익을 위해 쓰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기본으로 한다.

심각한 범죄 행위가 발생할 때나 상대 국가의 여론이 지나치게 악화할 때 국가가 면책특권을 포기하기도 한다.

지난해에 한 옷가게 직원을 폭행한 피터 레스쿠이에 주한벨기에대사의 부인에 대한 외교관 면책특권을 포기한 사례가 있다. 대사의 부인이므로 면책특권이 있었지만, 국내에 남아 법적인 절차를 밟았다.

주한 벨기에대사관은 지난해 5월 28일 페이스북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서를 통해 “벨기에 외무부가 한국 경찰의 요청에 따라 이렇게 결정했다”며 “벨기에는 필요에 따라 당연히 한국 당국과 지속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에는 주한 미국 대사관 직원 부부가 가짜 명품 가방을 판매하다 적발됐는데, 미국이 면책특권을 포기하면서 우리 경찰에 체포됐다. 2016년엔 주한 뉴질랜드 대사관 직원이 우리 경찰을 밀치는 등 공무집행을 방해했는데, 당시 뉴질랜드도 면책특권을 박탈해 우리 경찰 조사를 받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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