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의 경제 이야기-약팽소선(若烹小鮮)] 주택공급이 최선의 정책이다

입력 2022-09-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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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석좌교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근 부동산가격 하락 폭이 상당히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주택가격 상승의 진원지로 알려진 강남 3구의 주택가격마저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니 주택가격 하락의 추세가 시작되었다는 예측도 힘을 얻을 만하다. 그러나 아직 변수가 많기 때문에 이를 고착된 추세로 확신하기에는 이르다. 다만 주택가격이 안정기에 들어섰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 하겠다.

이러한 현상이 가능하게 된 것은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있는 공급확대 계획과 아울러 이자율 상승으로 대표되는 외생변수의 영향 때문이다. 향후 과제는 이와 같은 주택가격 안정 추세를 안착시킴으로써 모두가 염려하던 주택시장의 불안정을 해소하는 것이 될 것이다.

주택가격이 공급과 수요의 균형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주택가격 안정을 위한 대책은 공급을 늘리거나 수요를 억제하거나 또는 그 둘을 같이 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이를 뒤집어 생각해보면 주택가격이 상승한다는 것은 수요 증가나 공급 부족이 원인이 될 것이다.

만약 수요의 증대가 가격 상승의 주요인이라면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을 펼쳐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지난 5년간 실제로 많은 수요억제책이 동원되었는데, 그럼에도 부동산가격 안정에 실패한 것은 무슨 이유인가? 우선 지난 정부의 정책담당자들은 일부 다주택자의 투기수요가 과다해서 주택가격이 상승했다는 인식을 피력하곤 했다. 그런데 투기수요가 일부 존재하긴 하지만 그것이 가격 상승의 주요인이라면 여러 차례 발표된 수요억제책이 효력을 발휘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수요억제대책이 발표될수록 주택가격 상승이 가속된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부동산 관련 조세가 주택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대책으로 활용되었는데, 과거의 실증적 경험이나 전문가들의 분석은 대부분 세제가 기대와는 달리 가격안정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었다. 혹자는 정책의 시차 때문에 그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데 이의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필자는 조세정책의 시차가 그렇게 길지 않다고 생각한다.

투기수요 다음으로 주택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이자율 등 외생변수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즉 정책당국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적 요인 때문에 주택가격 상승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양적완화가 있었고 이렇게 풀린 돈을 회수하기 위한 조치들도 있었다. 그런데 회수가 완료되기도 전에 팬데믹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확장적 통화 재정정책이 다시 실행되었기 때문에 이렇게 풀린 돈이 부동산이라는 자산으로 몰리고 결국 주택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였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확실히 일리가 있다. 그런데 이렇게 외생적인 수요 증대 압력의 대응방안으로 일부 계층에만 집중되는 수요억제책이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은 당연하다. 전반적인 수요 증대 압력에 대응하여 가격안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 반대편, 즉 공급의 확대가 이루어져야 한다. 다시 말해 외생적인 수요 증대 압력에 대응할 전반적인 수요억제책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므로 공급을 확대하지 않고서는 가격안정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간과하기 쉽지만 주택가격 상승 효과가 있는 외부요인들이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교육정책이다. 지난 5년간 특목고, 자사고를 폐지하는 정책을 펴왔는데(이 정책들은 지방 교육청 소관이므로 주택정책 측면에서 보면 외생변수라 할 수 있다), 이는 대치동 등 사교육 중심지라고 불리는 곳의 주택수요를 늘린 것이 사실이다. 특정지역의 공급은 한정이 되어 있는데 수요가 증가하면 그 지역 주택가격은 당연히 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에 대한 해결책 역시 그 지역 주택 공급의 확대가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최근까지의 주택정책 실패는 효과가 불분명한 수요억제 정책에의 집착, 외생적 주택가격 상승 압력에 대처하기 위한 주택공급 확대의 부재에 기인한다. 이런 상황에서 현 정부가 세 부담 완화 등 과도한 수요억제책을 줄이고 공급을 대폭 확대하기로 한 것은 옳은 방향이다. 주택공급의 확대만이 유일한 가격안정대책은 아니겠지만, 현시점에서 가장 유효한 대책임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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