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신문으로 이날 검찰에 출석한 김 씨는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는 자신이라며 "제기된 여러 의혹은 수익금 배분 등을 둘러싼 갈등 과정에서 특정인이 의도적으로 편집한 녹취록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 씨가 검찰에 출석하면서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가 자신이라고 밝힌 것은 천화동인 5호 투자자인 정영학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을 해명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천화동인 1호의 지분은 김 씨가 대주주로 있는 화천대유가 100%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 회계사의 녹취록에는 천화동인 1호 배당금을 두고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녹취록이 사실이라면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가 제3의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본부 기획본부장의 측근인 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시개발 투자사업팀장)의 자술서도 실소유주 논란을 부추겼다. 정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이 김 씨에게 700억 원을 받기로 합의했으며 천화동인 1호가 자신의 것이라고 여러 번 말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씨에게 천화동인 1~3호의 실소유주와 '그분'이 누구인지를 집중적으로 캐물을 것으로 인다. 김 씨는 '자신'을 정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을 지목하고 있다.
검찰은 앞서 유 전 본부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김 씨로부터 5억 원을 받았다고 보고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실제 전달된 금액이 5억 원이지만 정 변호사의 자술서를 근거로 김 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주기로 약속한 금액은 700억 원이라고 보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이 화천대유에 특혜를 주는 대신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만큼 검찰이 김 씨에게 뇌물 공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 사업으로 거둬들인 막대한 수익이 각각 어디로 흘러갔는지에 대한 흐름도 확인할 것으로 관측된다. 화천대유와 관계사 천화동인 1~7호는 4000억 원대 배당금을 거둬들였다.
천화동인 2~7호는 김 씨 가족이나 지인이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천화동인 배당금은 각각 △1호 1208억 원 △2호 101억 원 △3호 101억 원 △4호 1007억 원 △5호 644억 원 △6호 282억 원 △7호 121억 원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배당금이 화천대유 측 사업과 관련해 정관계 로비자금으로 사용됐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다. 녹취록에 등장하는 '350억 원 로비설', '50억 클럽설'도 확인할 예정이다.
김 씨는 이날 '50억 클럽'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 회계사의 녹취록엔 '성남시의회 의장에게 30억 원, 시의원에게 20억 원이 전달됐고 실탄은 350억 원'이라는 내용이 적혀있고, 자금 마련 방안에 대해 김 씨와 정 회계사, 남욱 변호사 등이 다툰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경제지 법조 기자 출신인 김 씨를 고리로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별검사,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 여러 법조인이 화천대유와 직간접적인 인연을 맺었다고 보고 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집중 추궁할 전망이다.
특히 김 씨가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법원 선고 전후로 권 전 대법관을 찾아간 것을 놓고 '재판 청탁'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어 규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 씨는 이날 "동향 선배로서 다른 부분 인수하려고 많은 자문을 드렸는데 그런 것들이 오해돼 곡해됐다"며 "우리나라 사법부가 세간의 호사가들이 추측하고 짜깁기하는 식으로 움직일 수 있는 곳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김 씨가 화천대유에서 빌려 간 473억 원의 용처도 관심사다. 김 씨는 이 중 100억 원을 박 전 특검의 인척인 대장동 아파트 분양업체 대표 이모 씨에게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화천대유 직원이었던 곽상도 무소속 의원의 아들에게 퇴직금 등 명목으로 50억 원을 지급한 이유도 밝혀야 할 부분이다. 여당에선 곽 의원이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내며 대장동 개발사업이 공공개발로 진행되지 않도록 막아준 것에 대한 대가성이 아니냐고 의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