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과천시 별양동 '래미안 슈르' 전용면적 59㎡형은 지난 7일 14억7000만 원에 팔렸다. 이 아파트 동일면적은 정부가 정부과천청사 부지 개발 철회를 발표한 지난 4일 이전까지만해도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가 14억~14억5000만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불과 며칠 새 2000만~7000만 원 오른 금액에 매매됐다.
과천시 갈현동 '과천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전용 84㎡형도 4일 이전까지 17억8000만~18억 원에 호가가 형성됐다. 하지만 10일 현재 같은 평형의 매물은 18억5000만 원 수준으로 5000만 원 오른 상태다.
과천시 아파트값 상승세가 가파르다. 정부과천청사 주택 공급 백지화로 인한 주택 공급 불안감이 최근 불붙은 과천 집값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과천지역 아파트 매물은 크게 줄고 있지만, 호가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과천시 아파트 매물 건수는 정부과천청사 부지 개발 백지화가 발표된 4일 기준 667건에서 9일 현재 619건으로 5일 새 48건 줄었다. 한 달 전(5월 9일·780건)과 비교하면 161건 급감한 수준이다.
과천시 별양동 W공인 관계자는 "안 그래도 매물이 많지 않았는데 최근 들어선 매물이 씨가 마른 것 같다"며 "이렇다 보니 이곳 집값은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정부과천청사 부지를 개발해 4000가구를 공급하기로 한 계획(지난해 8·4 대책)을 지난 4일 철회했다. 주민 반대가 극심하자 결국 공급 계획을 백지화한 셈이다. 대신 정부는 과천지구 등에서 자족용지를 주택용지로 용도 전환해 3000가구를 공급하고, 대체지에 1300가구를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미 정부의 공급 정책이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향후 대체되는 공급 계획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겠느냐다. 오히려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 주도 주택 공급이 힘을 잃으면서 이 일대 집값을 더 부추길 것이라는 지적이다.
과천 일대 입주 물량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올해는 5553가구가 집들이에 나서지만 내년에는 입주 물량이 504가구, 2023년에는 1491가구에 불과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밖에 과천지식정보타운 개발, 도심 내 재개발 사업,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 및 위례~과천선 건설 등 호재도 많아 과천 집값은 당분간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