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휴대폰 제조사 애플이 구형 아이폰 성능을 고의로 저하시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피해자들을 조사하는 등 수사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19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 형사12부(조상원 부장검사)는 최근 아이폰 사용자 20여 명을 상대로 유선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은 피해자들에게 서면 진술서에 작성한 피해 내용이 맞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거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발인인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지난 1월 법무법인 한누리와 함께 피해자 20여 명에게 서면 진술서를 받아 검찰에 제출한 바 있다. 고발인 측은 해당 의혹으로 해외에서 애플이 패소한 소송 사례 등도 정리해 함께 냈다.
검찰은 변호인을 통해 애플코리아 측에도 아이폰의 성능을 고의로 저하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의 해명 자료를 제출받았다. 다만 검찰은 피고발인인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와 다니엘 디시코 애플코리아 대표이사를 직접 소환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피해자들의 서면 진술서 내용을 확인해 조서 작성을 마친 뒤 기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2018년 1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와 다니엘 디시코 애플코리아 대표이사를 재물손괴죄·업무방해·사기 등 혐의로 고발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서울중앙지검은 고발 2년 만인 지난해 1월 팀 쿡 등을 불기소 처분했고, 서울고검이 재기수사 명령을 내려 재수사가 시작됐다.
애플은 아이폰 운영체제(iOS) 업데이트 과정에서 아이폰6·7·SE 등 구형 모델의 배터리 성능을 고의로 저하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초 애플은 구형 아이폰에서 배터리 노후화로 전원이 갑자기 꺼지는 현상을 막으려는 조치라고 해명했지만 2017년 말 논란이 커지자 고의로 배터리 성능을 저하시킨 점을 공식 사과했다.
이 의혹은 2017년 미국에서 제기된 뒤 ‘배터리 게이트’로 비화하며 세계 각국 아이폰 사용자들의 대규모 집단소송으로 이어졌다. 한국의 아이폰 사용자 수만 명도 지난 2018년 3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검찰의 처분이 나올 때까지 진행이 멈춘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