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한국계 ‘빌 황’의 아케고스 34조 블록딜 쇼크 ‘일파만파’

입력 2021-03-30 13:41 수정 2021-03-3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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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딜 사태로 인한 포지션 청산 300억 달러 달해
노무라 20억 달러·CS는 40억 달러 손실
모두 아케고스와 거래했다는 공통점
과거 문제가 있던 인물에게 대출해줬다는 비판 나오기도

▲노무라홀딩스 올해 주가 추이. 29일 종가 588엔.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노무라홀딩스 올해 주가 추이. 29일 종가 588엔.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한국계 유명 펀드매니저 빌 황이 촉발한 초대형 블록딜 쇼크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블록딜 대상 기업들의 주가의 변동성은 커지게 됐고 내로라하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대규모 손실을 떠안게 됐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 유수의 IB인 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CS)와 일본 노무라홀딩스가 블록딜 파문에 휘말리며 대규모 손실을 예고했다.

CS는 “미국의 한 대형 헤지펀드가 지난주 마진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포지션이 강제 청산되면서 우리의 1분기 실적에 상당히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CS는 구체적인 손실 규모를 언급하지 않았으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사태로 인한 CS의 손실이 최대 40억 달러(약 4조532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했다. 블록딜 사태가 있기 며칠 전까지만 해도 CS는 1분기 10년 만의 최고 세전 이익 수립을 앞두고 있었다.

노무라는 미국 현지 고객과의 거래에서 약 20억 달러(약 2조2000억 원)의 손실을 보게 됐다며 구체적인 피해 규모를 공개했다. 이 소식에 노무라 주가는 이날 도쿄증시에서 16% 폭락, 일일 기준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CS 주가도 13% 빠지면서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냈다.

두 은행의 이번 대규모 손실은 빌 황이 이끄는 패밀리오피스 ‘아케고스캐피털매니지먼트’와의 거래와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월가를 혼란에 빠트린 블록딜 사태는 26일 오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골드만삭스 창구를 통해 개장 전 아케고스가 들고 있던 텐센트뮤직, 바이두와 웨이핀후이(VIPSHOP) 등 중국 기술기업의 대규모 블록딜 물량 폭탄이 쏟아졌다. 당시 매도 물량은 66억 달러어치에 달했다.

대규모 블록딜은 개장 전은 물론 이례적으로 장중에도 진행됐으며 모건스탠리를 통해서도 이뤄져 총 매도물량은 200억 달러가 넘었다. WSJ는 이번 블록딜 사태로 청산될 포지션 규모가 총 3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이날도 아케고스발 총 26억4000만 달러어치의 블록딜 거래가 있었다. 매도 대상 기업은 바이두, 파페치, 아이치이 등이다.

그동안 아케고스는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IB로부터 레버리지를 일으켜 주식에 투자해왔다. 그러다가 최근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기술주가 급락하자 IB들이 마진콜을 요구했는데 아케고스가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자 반대 매매, 즉 이들 IB로부터 주식을 강제로 처분당한 것이 대규모 블록딜 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마진콜은 손실 등으로 증거금이 부족해질 경우 이를 보충하라는 요구를 뜻한다. 통상 강제 처분되는 주식의 매각 대금은 애초 은행이 빌려준 금액보다 적어서 IB로서는 손실이 불가피하다.

WSJ는 이번 사태로 월가 대형 IB 영업 형태가 지닌 위험성이 다시 부각됐다고 지적했다. 블록딜 쇼크 배후로 지목된 빌 황은 이미 2012년 내부자 거래로 문제가 됐던 인물이지만, 월가 주요 은행들은 그가 레버리지를 일으켜 주식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해줬다. 그의 패밀리오피스 운용자산은 100억 달러대였지만, 레버리지를 통해 설정한 포지션 규모는 300억 달러에 이른다.

빌 황은 과거 헤지펀드 ‘타이거아시아매니지먼트’를 운영하다가 2012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중국 은행주를 거래한 것이 적발돼 6000만 달러 이상의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다. 글로벌 IB들이 중개와 대출 수수료를 챙길 생각에 리스크를 제대로 따져보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WSJ에 따르면 아케고스와 거래한 IB는 노무라와 CS 외에도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UBS, 도이치방크 등 다양하다. 특히 CS의 경우 아케고스는 물론 타이거아시아 파문 때에도 빌 황과 거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금융당국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날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주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시장 관계자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정부가 노무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일본 금융청이 일본은행과 해당 정보를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위스 금융시장감독청(FINMA)도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은행과 법인들에 경고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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