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상승 따른 세금 폭탄에…‘팔까 말까’ 고민 깊어진 다주택자들

입력 2021-03-2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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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공시가격 급등에 세 부담 크게 늘어…6월 전까지 처분해야 '세 폭탄' 피해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이촌 아파트 단지 모습.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이촌 아파트 단지 모습.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 경기 부천시 빌라(다가구주택)와 김포시 아파트를 각각 보유한 2주택자 김주훈 씨(43)는 현재 거주하고 있는 부천의 빌라를 최근 매물로 내놨다. 공시가격 인상으로 다주택자의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 부담이 큰 폭으로 뛰는 오는 6월 전까지 집 한 채를 처분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빌라는 수년간 얼마 오르지 않은 데 비해 김포 아파트는 매입가 대비 2억 원가량 올랐고 앞으로도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며 “6월에는 양도소득세도 강화되기 때문에 고민 끝에 빌라를 팔고 김포 아파트로 이사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주택 공시가격 인상으로 세 부담이 커지면서 김씨처럼 주택 매도를 고민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보유세와 거래세(양도세) 강화 기준일인 6월 1일 전까지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일부 물량이 풀릴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시장에서는 매물이 늘어나는 추세가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21일 현재 서울의 아파트 매물은 4만6048건으로 한 달 전보다 14.1% 증가했다. 경기도는 7만4617건으로 15.5% 늘었다.

지방 5대 광역시에선 광주(25.3%), 대구(20.2%), 울산(16.5%), 부산(11.3%), 대전(8.2%) 모두 매물이 증가했다. 전국에서 인천(-0.3%)만 미미하게 줄었고 세종(6.5%) 등 지방 전역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집값 상승폭 진정세 보여…업계선 "다주택자 매물 쏟아지긴 힘들어" 무게

아파트 매물이 늘면서 보이면서 한동안 가파르게 치솟은 집값도 점차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로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은 2월 첫째 주 0.28%에서 지난주 0.23%까지 둔화됐다.

수도권은 0.33%에서 0.27%, 지방은 0.24%에서 0.19%로 각각 내려갔다. 이 기간 서울은 0.10%에서 0.06% 수준으로 진정됐다.

전문가들은 보유세와 양도세가 동시에 강화되는 6월 전까지, 앞으로 기대되는 시세 차익이 상대적으로 낮은 집을 처분하려는 다주택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보유세 부과 기준일인 오는 6월1일 전 가중되는 세금 부담을 피하려는 일부 다주택자의 '급매'가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3월 말~4월 말 세 부담을 피부로 느끼는 일부 다주택자의 절세용 급매가 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집값 하락을 주도할 정도로 시장에 충분한 매물량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많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다주택자 매물이 일부 나오겠지만 정부가 기대하는 만큼 많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며 “여전히 투자 심리가 꺾이지 않았고 서울시장 선거와 대선이라는 정치적 변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보유세 부담 증가와 양도세 강화 등은 이미 예고됐던 사항이어서 시장 충격파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해 공시가 현실화 로드맵 등을 통해 공시가격 인상을 예고한 만큼 발빠른 다주택자들은 이미 매매나 증여 등 방법으로 명의 정리를 끝냈다는 설명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공시가격 상승으로 인한 다주택자 매물 증가와 집값 안정화 효과는 불확실하다”면서 “늘어난 보유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오히려 월세 등 임대료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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