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ㆍ통일운동 대부' 백기완 선생, 영면… 향년 89세

입력 2021-02-15 10:24 수정 2021-04-30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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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노동절 서울시청광장에서 연설하는 모습. (사진제공=통일문제연구소)
▲2001년 노동절 서울시청광장에서 연설하는 모습. (사진제공=통일문제연구소)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15일 향년 89세로 영면했다.

서울대병원 등에 따르면 백 소장은 이날 오전 입원 중 영면했다. 그는 지난해 1월 폐렴 증상으로 입원해 투병생활을 해왔다.

앞서 백 소장은 2018년 4월 9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 입원한 뒤 심장 수술을 받고 퇴원하기도 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2호실에 차려졌다. 발인은 19일 오전 7시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정숙 씨와 딸 백원담(성공회대 중어중국학과 교수)·백미담·백현담, 아들 백일 씨가 있다.

백 소장은 1932년 황해도 은율에서 태어났다. 그는 1950년대부터 농민·빈민·통일·민주화운동에 매진해왔다.

1964년에는 한일회담 반대운동에 참여했다. 이 무렵 그는 함석헌, 장준하, 계훈제, 변영태 선생 등과 함께 반일투쟁에 나서 구속됐다.

1972년에는 통일문제연구소의 모태인 백범사상연구소를 충무로에 개소했다. 백범 김구 선생의 기념사업을 추진하면서 민족사와 민족사상 등을 연구했다.

1974년에는 유신 반대를 위한 1백만인 서명운동을 주도하다 긴급조치 1호 첫 위반자로 장준하 선생과 함께 옥고를 치렀다. 이후 2.15 석방조치로 영등포교도소에서 석방됐다.

1979년에는 '명동 YWCA 위장결혼사건'으로 구속됐고, 1986년에는 명동성당에서 권인숙 성고문사건 진상폭로대회를 주도하다 구속됐다.

▲1987년 서울 대학로에서 13대 대통령 선거 연설을 펼치는 모습. (사진제공=통일문제연구소)
▲1987년 서울 대학로에서 13대 대통령 선거 연설을 펼치는 모습. (사진제공=통일문제연구소)

1987년에는 민중대통령 후보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 이후 김영삼·김대중 후보의 단일화를 호소하며 사퇴했다. 1992년 대선에 다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이후 자신이 설립한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해왔다. 2000년대 들어서는 '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고 너도 잘살고 나도 잘살되 올바로 잘산다'는 노나메기 운동을 제창했다.

용산참사 빈민철거민 투쟁, 밀양송전탑 반대투쟁,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투쟁 등에 참여하며 활발히 활동해왔다.

그는 투병 중이던 지난해 심산 김창숙연구회가 주최하는 제22회 심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백 소장은 창작 활동에도 힘써 '자주고름 입에 물고 옥색치마 휘날리며', '장산곶매 이야기', '벼랑을 거머쥔 솔뿌리여', '부심이의 엄마생각' 등의 저서를 남겼다. 2019년에는 '버선발 이야기'를 출간했다.

시집으로는 '젊은 날', '이제 때는 왔다', '백두산 천지', '아, 나에게도' 등이 있다.

백 소장은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 원작자로 알려져 있다. 소설가 황석영이 광주 민주화운동 이후 백 소장의 장편시 '묏비나리'의 일부 구절을 빌어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를 썼다.

▲1987년 민주시민대동제. (사진제공=통일문제연구소)
▲1987년 민주시민대동제. (사진제공=통일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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