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을 맞는 브랜드부터 이제 막 스무 살을 넘은 브랜드까지 스테디셀러도 다양하다. 이들 브랜드가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비결은 고유의 전통과 정체성은 유지하면서도 가격상승률을 낮추고, 시대 흐름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혁신적인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소띠 식품 중에서도 1961년생으로 가장 나이가 많은 ‘맏형’은 동아제약의 박카스다.
동아제약은 박카스의 지난해말 기준 누적판매량이 총 212억 병에 달한다고 4일 밝혔다. 팔려나간 박카스를 일렬로 죽 세우면 약 4만㎞ 둘레의 지구를 60바퀴 이상을 휘감을 수 있다. 박카스는 지난해 내수와 수출 실적을 합해 매출 3000억 원을 넘어섰는데, 단일 품목으로 3000억 원 매출을 넘긴 건 제약업계에서 박카스가 최초다.
박카스의 모태는 알약이다. 이후 앰플(박카스 내복액)을 거쳐 1963년 지금과 같은 드링크 형태로 재단장했다. 단, 가격(박카스D 기준)은 600원으로 착하다. 짜장면, 서울 택시 기본요금이 1960년대와 비교해 현재 각각 100배, 120배 이상 오른 데 비해 박카스는 15배 오르는 데 그쳤다.
동아제약은 2017년 배스킨라빈스와 손잡고 박카스 소르베맛 아이스크림을 출시한데 이어 지난해 10월엔 YES24와 손잡고 박카스 굿즈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는 등 젊은층 소비자들에게 박카스 브랜드 친숙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1973년생으로는 농심 양파깡, 고구마깡이 있다. 새우깡이 출시된 이후 줄줄이 나온 ‘깡’ 시리즈의 4~5번째 제품이다. 지난해 가수 비의 ‘깡’ 신드롬에 힘입어 양파깡, 고구마깡의 매출은 감자깡, 새우깡 4종의 한 달 매출액이 지난해 7월 최초로 100억 원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롯데푸드의 대표적인 빙과브랜드 구구 아이스크림은 1985년생 소띠다. 출시 당시 개별포장된 구구 아이스크림과 떠먹는 구구크러스터까지 2종이 출시됐고 1990년에 구구콘, 2018년에는 구구바, 지난해에는 구구콘 피넛버터와 구구콘 마다가스카르 바닐라를 추가해 끊임없이 진화 중이다. 출시 이후 판매된 구구구크러스터는 약 1억5000만 통에 이른다.
구구브랜드 인기 배경에도 시대 트렌드에 발맞추려는 노력이 있었다. 2019년 레트로 열풍을 반영해 출시 당시의 디자인을 적용해 리뉴얼한 구구 브랜드를 내놓기도 했다.
롯데푸드 관계자는 “디자인 리뉴얼은 레트로 감성이 유행하는 시기에 맞춰 구구 아이스크림의 역사성과 고급감을 강조하려 옛 디자인을 재현했는데 반응이 좋았다”라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통해 더욱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틱형 소시지 대명사로 꼽히는 진주햄의 ‘천하장사 소시지’도 1985년생 소띠 식품이다. 2019년 기준 누적 매출은 1조5000억 원으로, 누적 판매량만 119억 개다. 국민 한 사람당 230개씩 먹은 셈이다. 햄ㆍ소시지 시장에 신제품이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어육소시지 시장점유율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진주햄 역시 36년 동안 변신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고수하면서도 디자인을 바꾸는 등 젊은 세대들에게도 호감을 사고자 노력했다는 게 진주햄 측의 설명이다. 천하장사 소시지의 시그니처 이미지인 꼬마 씨름선수 캐릭터를 출시 33년 만에 재단장했다. 캐릭터는 유지하면서도 얼굴과 체형, 헤어스타일을 새롭게 꾸며 레트로 감성을 자극했다. 최근에는 GS리테일과 손잡고 에너지바, 드링크제 등 이색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삼양식품의 짜짜로니도 1985년생으로 구구브랜드, 천하장사 소시지와 동갑이다. 1970년 삼양짜장으로 태어난 후 1985년 짜짜로니로 개명해 지금까지 이어지는 삼양식품의 짜장라면 대표 브랜드다. 지난해 짜짜로니 월평균 매출액은 약 11억 원, 평균 판매 수량은 200만 개에 달한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부드러운 커피 맛을 극대화하려는 노력 덕분에 20년 넘게 사랑받을 수 있었다”라면서 “기존 마일드 제품보다 30% 당 함량을 낮춘 ‘마이 카페라떼 마일드 로어슈거’, 생카라멜로 만든 ‘마이카페라떼 카라멜 마끼야또’ 등 라인업 확대도 활발하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