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약바이오업계는 코로나19 여파에도 꾸준한 연구개발(R&D) 실적을 올리며 저력을 과시했다. 업계에서는 위드 코로나 시대를 넘어 포스트코로나 시대 탄탄한 실적을 이어가기 위해 연 매출 1조 원을 올리는 신약, ‘글로벌 블록버스터’ 개발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 나설 때라고 조언한다.
30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1000억 원 이상을 R&D에 쏟아부은 기업은 셀트리온(2503억 원), 한미약품(1868억 원), 유한양행(1246억 원), 대웅제약(1095억 원) 등이었다.
협회 측은 “후보물질 발굴부터 신약개발까지 성공 확률은 약 1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업 다각화 등으로 캐시카우를 확보한 제약바이오기업들이 끝없는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당장 이익보다 R&D 등에 투자를 확대하며 연구를 강화한 결과, 코로나19 여파에도 제약바이오 산업이 수익구조 개선을 통해 매출 증가, 수출 확대 등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업계에 따르면 3분기 누적 매출액이 유한양행 1조 1284억 원(4.7%), 종근당 9635억 원(23.4%), GC녹십자 8916억 원(4.4%), 한미약품 6642억 원(5.9%) 등을 기록해 대체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수출도 올해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관세청은 지난 11월 의약품 누적 수출액이 지난해 수출액인 36억 9600만 달러를 훌쩍 넘어 역대 최대치인 약 59억 달러(약 6조 5283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제약바이오 기업의 올해 기술 수출은 총 14건(9개 기업)으로 그 규모가 10조 원을 넘어 10조 1488억 원에 달했다.
지속적인 투자로 실적을 거둔 제약바이오기업들은 포스트코로나 시대 준비에 나섰다. 코로나19 여파로 국가 간 교류가 위축된 상황에서 해외 진출을 도모하고,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거듭날 차세대 성장동력 개발에 도전하는 모습이다.
우선 글로벌 바이오 클러스터의 진출이 눈에 띈다. 협회는 미국 보스턴 클러스터 진출을 통해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GOI)에 나섰다. 1980년대부터 지역 명문대를 중심으로 기업들이 군집해 자생적으로 발전한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는 1000여개 바이오 기업이 7만 4000개 이상의 일자리와 약 2조 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도 앞서 유한양행, GC녹십자, LG화학, 삼양바이오팜 등이 보스턴에 둥지를 틀었다.
협회는 보스턴 케임브리지 이노베이션센터(CIC)에 ‘한국제약바이오혁신센터(가칭)’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대웅제약, 동성제약, 동아에스티, 삼일제약, 보령제약, 아밀로이드솔루션, 일동제약, 종근당, 휴온스, 현대약품 등 총 10개 기업이 참여한 가운데 협회는 보스턴 CIC 공용사무실 진출에 합의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전환되면 즉시 현지에 입주를 시작할 예정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기업 연계프로그램(ILP) 멤버십을 통한 컨소시엄 형태의 진출도 기대된다. 협회는 지난해 보스턴 출장 시 MIT와 협상을 통해 올해 MIT ILP 사상 최초로 제약바이오 단일 컨소시엄을 이뤄 3년 계약을 성사시켰다. 대원제약, 동구바이오제약, 동화약품, 보령제약, 삼일제약, 삼진제약, 신풍제약, 유한양행, 일동제약, 제일약품, 종근당, 한국콜마, 한미약품, 휴온스 등 총 14개 기업이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협회 측은 “이 같은 글로벌 바이오 클러스터 진출은 빅파마들과 협력 강화, 선진국 제품 인허가 역량 강화, 해외 진출 거점 마련 등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신약후보 물질을 글로벌 빅파마에 이전하는 기술수출 성과에 머물지 않고 글로벌 블록버스터 개발을 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협회 측은 “글로벌 블록버스터 개발을 위해 산업계가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민관협력(PPP) 모델의 구축이나 기존 제약바이오기업 간 인수합병(M&A)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 메가펀드 조성 등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협회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8월 민간이 주도적으로 투자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PPP 플랫폼을 출범했다. 제약바이오산업 최초로 협회와 55개 기업이 공동 투자ㆍ개발한 플랫폼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이 첫발을 뗀 것이다. KIMCo는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개별 기업이 독자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감염병 치료제, 백신의 R&D와 생산, 혁신의약품 개발, 글로벌 시장 사업화 등을 이끄는 한국형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이다. 제약바이오산업 특화형 PPP인 만큼 향후 정부와 협력을 확대하고, 산ㆍ학ㆍ연 교류를 통한 성과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위드코로나 시대에 R&D 투자와 글로벌 시장 진출 등을 통해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라며 “어려운 시기에도 이어가는 신약개발 경험과 해외 진출, KIMCo 프로젝트 활동 등은 향후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우리나라가 제약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