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의 균주 출처를 둘러싼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공방전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예비판결문 공개로 재가열됐다. 메디톡스는 ITC가 과학적 증거와 사실로 대웅제약의 균주 및 제조공정 도용 혐의를 명백히 입증했다고 해석했지만, 대웅제약은 ITC가 오판을 내렸다고 반박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ITC는 274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예비판결문을 지난 6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예비판결문에는 쟁점별로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ITC 소속 변호사의 주장과 ITC 행정판사의 판단이 상세히 담겼다.
결정문에서 행정판사는 메디톡스의 균주와 대웅제약의 균주는 특징적인 DNA 지문인 6개의 독특한 SNP(단일염기다형성)를 공유하고, 이 사실은 대웅제약이 사용하는 균주가 메디톡스의 균주로부터 얻은 것이란 결론을 뒷받침한다고 판단했다. 이 6개의 SNP는 염기서열이 알려진 다른 보툴리눔 균주에서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균주만 공유하는 유전자 변이로 드러났다. 대웅제약의 균주가 메디톡스 균주로부터 유래한 것이 아니라면 이들 SNP가 공통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는 설명이다.
또한, 행정판사는 대웅제약이 토양에서 균주를 분리했다는 주장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봤다. 메디톡스의 균주와 메디톡스 균주의 기원인 홀 A 하이퍼(Hall A hyper) 균주는 모두 실험실에서 개발됐는데, 메디톡스 균주와 지극히 유사하고 6개의 독특한 SNP를 공유하는 대웅의 균주가 토양에서 자연적으로 분리, 동정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비현실적으로 짧은 대웅제약의 개발 기간와 메디톡스 제조공정의 유사성은 우연의 일치라 볼 수 없다"고 지적하며,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제조공정에 관한 영업비밀을 불법적으로 유용했다고 결론지었다.
이번 예비판결문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미국 엘러간의 '보톡스' 제품에 대한 수입 계약이 종료된 2010년 무렵 이를 대체할 제품을 찾아야 하는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었다. 당시 대웅제약 개발부서 담당자는 경영진의 질책과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기 대웅제약은 메디톡스를 퇴사한 직원과 자문계약을 맺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예비판결문은 양사가 제출한 방대한 분량의 자료, 관련자들의 증언과 전문가들의 양사 균주 DNA 분석결과 등을 상세히 제시하고 있다"며 "ITC가 확실한 증거도 없이 메디톡스 측의 일방적 주장만을 토대로 영업비밀 도용을 추론했다는 대웅제약의 주장은 터무니없음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은 ITC의 예비판결문이 "메디톡스의 입증되지 않은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인 편향적인 결론"이라고 반박했다. 균주 도용의 핵심 근거로 내세운 6개의 공통 SNP 정보만으로는 대웅제약의 균주가 메디톡스 균주로부터 유래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웅제약 측의 개발기간이 짧고 제조공정이 메디톡스와 유사하다는 ITC의 판단에 대해서도 반격했다. 대웅제약은 "일부 공정에 유상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도용의 증명이 될 수 없다"면서 "메디톡스는 제조기술에 대한 특허 등록에 실패해 자진 취소하고 실생활에 제대로 적용하지 못해 허가 취소까지 당했으나, 나보타는 자체 공법을 개발·적용해 특허를 획득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까지 완료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메디톡스의 초기 자본금이 7억여 원에 불과했고, 인력도 6명뿐이었다는 점에서 기술 개발에 필요한 충분한 기반을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에 ITC에 제출한 모든 자료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달 20일 예비판결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ITC에 제출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소송의 본질은 메디톡스가 엘러간과 손잡고 K-바이오의 미국시장 진출을 막고 있는 것"이라며 "중대한 오류로 가득한 예비결정을 명백하게 탄핵하고 11월 최종결정에서 반드시 승소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