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는 동부 유전지대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서부 홍해 연안으로 운반하는 파이프라인 수송능력을 40% 확대하는 방안 검토에 들어갔다고 29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이란을 둘러싼 긴장 고조에 동부에 접한 페르시아만에서의 해상 운송이 지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책 마련을 서두르는 것이다.
사우디는 동부 육상 루트를 활용해 호르무즈해협을 우회할 수 있다. 그러나 동부는 사우디 왕실과 정부에 반발하는 반군 세력의 거점이며 파이프라인은 무력 공격을 받기 쉬워 사우디 구상이 제대로 실현될지는 불확실하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사우디 유전 대부분은 동부에 집중돼 있다. 이 지역과 홍해 연안을 잇는 파이프라인이 가동되고 있지만 하루 500만 배럴에 달하는 최대 수송능력 중 약 40%만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사우디의 칼리드 알팔리 산업에너지광물부 장관은 지난 25일 “우리는 필요하다면 최대 능력까지 파이프라인을 통한 운반을 늘리겠다”며 “확장 공사로 수송능력을 하루 700만 배럴로 끌어올리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드 원유 수출량은 최근 하루 680만 배럴 수준이어서 파이프라인을 계획대로 확장하면 전량을 육상에서 운반할 수 있다.
문제는 사우디 안에서도 파이프라인이 항상 무력 공격을 받을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사우디 인구의 10~15%는 이란과 같은 종파인 ‘시아파’이며 이들 대부분이 동부에 거주한다. 이들 시아파는 유전 이익이 동부보다 왕실에 더욱 많이 배분되는 것에 불만을 품어 종종 반란을 일으켰으며 사우디는 그 배후에 이란의 지원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사우디는 지난 4월 테러 혐의로 37명을 처형했다.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인터내셔널에 따르면 그중 11명은 이란 스파이, 또 다른 14명은 2011~2012년 동부에서 일어난 반정부 운동에 관여한 혐의를 받았다. 사우디는 지난 2016년 1월 저명한 시아파 율법학자를 사형에 처한 것에 이란이 항의하자 아예 단교했다.
올해 5월에는 사우디 동서를 잇는 파이프라인 인근 석유 펌프장 두 곳이 예멘 후티 반군의 드론 공격을 받았다. 후티도 이란의 후원을 받고 있다.
이런 위험에 사우디는 파이프라인 사용을 비교적 억제해왔는데 호르무즈해협 리스크로 방침을 바꿀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파이프라인 수송능력 확대에는 최소 2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른 걸프 산유국도 호르무즈해협을 통하지 않는 수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2012년 운영을 시작한 아부다비 유전과 오만만 푸자이라항구를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 파이프라인 수송능력은 하루 150만 배럴이다.
페르시아만에 접한 쿠웨이트와 카타르는 지난 4월 인근 이라크에 있는 터키와의 파이프라인 이용 가능성을 타진했으며 이라크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응했다. 또 이라크는 자국 유전과 요르단 홍해 연안을 연결하는 파이프라인 건설에도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