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하는 불확실성에 외환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일본 엔화는 글로벌 무역전쟁 불안과 증시 약세 등에 각광을 받고 있다. 미국 달러화도 안전자산으로 꼽히고 있지만 트럼프가 ‘약달러’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그 향방은 불투명하다.
2일(현지시간) 미국 금융 전문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달러·엔 환율은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0.13% 하락한 105.78엔에 거래됐다. 유로·달러 환율은 0.04% 내린 1.2298달러를, 파운드·달러 환율은 0.03% 오른 1.4049달러를 각각 나타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ICE달러인덱스는 장 초반 하락하기도 했으나 이날 뉴욕증시가 기술주 부진에 급락하면서 낙폭이 줄어들어 보합세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중국에 지식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최대 600억 달러(약 64조 원)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표명하면서 글로벌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가 계속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증시도 최근 불안한 모습을 지속하면서 안전자산인 엔화에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지난달 말 2016년 11월 이후 약 1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105엔 선이 붕괴하기도 했다. 미국 달러화당 엔화 가치는 1분기에 약 5.8% 상승했다.
중국은 이날 미국산 농산물 등에 트럼프 정부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대한 보복 관세를 부과했다. 무역전쟁 불안이 단기간에 걷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엔화는 2분기에도 강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반면 달러화 향방은 점치기 힘들다. ICE달러인덱스는 지난 1분기에 2.1% 하락했다. 미국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기업실적도 개선됐으나 오히려 달러화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트럼프 변수로 달러화가 방향성을 잃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등 미국의 통화정책은 달러화 강세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연준이 긴축정책을 펼치면 금리에 민감한 투자자들이 달러화 자산 비중을 확대한다.
그러나 트럼프가 무역전쟁 불안을 키우면서 달러화보다 더 안전한 자산으로 꼽히는 엔화 수요가 더욱 커져 달러화 약세를 초래했다.
트럼프는 또 그동안 강달러를 지지했던 전임자들과는 다르게 약달러를 선호한다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특히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는 자신의 핵심 지지층인 러스트벨트(쇠락한 미국의 공업지대) 유권자들에게 어필하고자 약달러 기조를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경제지표 호조, 연준 금리인상 등 달러화 상승 요인과 트럼프 무역정책에서 초래한 하락 요인이 현재 충돌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