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공세에… 샌드위치 신세 된 한국기업

입력 2017-03-08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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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가무역위원장, 불공정 무역 언급하며 삼성·LG 지목… 中 “롯데 다음은 삼성·현대차” 경고

국내 기업들이 연일 수위를 올리고 있는 G2(미국·중국)의 압박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에 따른 중국 경제 보복에 기업들이 흔들리고 있는 와중에 이번엔 미국 정부가 한국의 대표 기업 삼성과 LG를 작심 비판하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무역정책을 총괄하는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은 6일(현지 시간) 전국기업경제협회(NABE)가 주최한 ‘2017 미국 경제정책콘퍼런스’ 연설에서 미국 기업들이 공평한 경쟁의 장에서 경쟁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드러내는 대표적 사례로 삼성과 LG를 지목했다.

그는 “삼성과 LG가 덤핑관세를 부과당한 뒤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중국에서 베트남, 태국으로 생산지를 옮기며 불공정 무역행위를 계속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인들을 실업자 대열에 서게 하고 미 기업들이 손실을 보게 한다”고 비판했다. 나바로 위원장은 연설 서두에 미국의 세탁기 제조사 월풀의 피해를 언급했다.

나바로 위원장이 공개석상에서 한국 기업을 직접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이에 따라 중국, 동남아 등지의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해 온 한국 기업들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반덤핑 관세 부과 공세가 거세게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며 걱정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나바로 위원장의 발언과 관련해 공식적인 언급이나 대응은 자제하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 당국 책임자의 발언인 만큼 이에 대한 직접적인 반응을 보이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대신 나바로 위원장의 진의와 파장을 파악하기 위해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이 사드보복 대상으로 롯데에 이어 삼성, 현대차 등을 지목하며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미국의 무역보복이 현실화될 경우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NTC가 미국 제조업자와 노동자, 농부 등이 불공정무역 관행에 직면했을 때 즉각 대응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가 신설한 ‘특별기동대(SWAT)’ 성격의 조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비난은 향후 보복조처로 연결될 수 있다.

트럼프 정부의 압박수위가 날이 갈수록 강해지는 가운데 일단 한국 기업들은 이에 화답하는 모양새다. LG전자는 미국에 세탁기 생산공장을 신설하기로 하고 최근 테네시주와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현재 미국 내 가전 공장 용지를 물색 중인 삼성전자 역시 작업을 좀 더 서두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의 압박에 따라 삼성과 LG전자가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공장 건립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생활가전 뿐 아니라 스마트폰 등 다른 사업부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수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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