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뭐.. 참담합니다. 제가 근무했던 곳에서 피조사자로 조사를 받게 됐는데, 이루 말할 수 없는 심정이.."
27일 검찰에 출석한 홍만표(57) 변호사는 전직 특수통 검사로서 조사를 받게 된 심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해외 원정도박 혐의 변호를 맡았던 홍 변호사는 이날 오전 9시50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모습을 드러냈다. 대표적인 특수통 검사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청사 현관에 서서 담담한 어조로 질문에 답했다. 7년 전 대검 수사기획관으로 매일 기자들을 상대로 '박연차 게이트' 수사상황을 브리핑하던 그였다.
그는 "저 외에 사건 의뢰인과 가족들이 저로 인해 많은 상처를 입었다"며 "제가 모든 걸 감당하겠다"는 말을 남긴 채 조사실로 향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는 홍 변호사의 탈세와 변호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검찰은 홍 변호사의 사무실과 그가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부동산 관련업체를 압수수색해 사건 수임 내역과 회계장부 등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홍 변호사는 선임계를 내지 않고 솔로몬 저축은행과 동양그룹 비리 사건을 맡아 거액을 받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앞서 솔로몬 저축은행 사건을 수임했던 유모 변호사와 동양그룹 현재현(67)전 회장, 이혜경(64) 전 부회장을 불러 조사했다. 저축은행비리 수사는 대검 중수부의 마지막 작품으로 꼽혔던 사건이고, 동양그룹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수사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 대검 기획조정부장 등을 지낸 홍 변호사는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사건, 한보비리, 박연차 게이트 등을 수사하며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 검사로 꼽혔다. 2011년 검-경 수사권 조정에 반발해 사표를 내 변호사로 개업했고, 2013년 수임료로만 90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사실이 알려지며 전관예우 특혜를 누린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네이처리퍼블릭 고문을 지낸 홍 변호사는 정 대표의 도박혐의 변호를 맡아 2차례 무혐의 결정을 받아내기도 했다. 정 대표이 같은 혐의로 재차 수사를 받은 끝에 재판에 넘겨졌고, 징역 8월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다음은 기자들과 홍 변호사와의 일문 일답.
△몰래 변론 이런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
"저를 둘러싼 각종 의혹 사항에 대해서 제가 책임질 부분 책임지고 신속하게 수사가 마무리되도록 수사에 최대한 협조를 하겠습니다. 일부 언론에서 제기된 몰래 변론 상당 부분이 해명이 될 겁니다."
△수임료 탈세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퇴임 이후에 변호사로서 주말이나 밤늦게 열심히 일하다 보니까 다소 불찰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 부분도 검찰에서 충분히 설명하겠습니다."
△변호사업계가 어려운데, 왜 본인에게만 사건이 많이 몰렸다고 생각하시나.
"나름 열심히 일했습니다."
△정운호 원정도박 혐의 변호를 맡으면서 영향력 행사했다는 의혹도 있는데.
"영향력 행사 전혀 없습니다. 제가 오히려 영향력 행사 그런 거를 안할라고 몇 명의 변호사들하고 같이 협업을 하고 이런 절차를 취했기 때문에 영향력 행사 그런 거는 있을 수 없습니다. 제 나름대로 많은 의견서를 제출하고 나름대로 변호사로서 변론의 범위 내에서 열심히 일했던 걸로 그래 알고 있습니다."
△특수통 검사출신으로 특수부 수사 받게 됐는데 심경 한 말씀
"이게 뭐..참담합니다. 제가 근무했던 곳에서 피조사자로서 조사를 받게 됐는데. 뭐..이루 말할.. 많은 심정이 저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제가 감당할 부분은 감당하겠습니다. 다만 저 외에 사건의뢰인이랄까 주변 가족들 저로 인해 많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제가 그 부분도 모두 감당하고 제가 모든 걸 감당하고 그렇게 하겠습니다.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습니다."
△본인 소유의 오피스텔이 왜 그렇게 많은 지에 대해서는 어떻게 말씀하실 건지.
"그것도 충분히 조사를 받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