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동설한에 누군가가 땔감을 보내주면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가. 불우이웃을 돕는 정성이 바로 눈 속에 땔감을 보내는 설중송탄(雪中送炭)이다. 안도현의 시 ‘연탄 한 장’은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삶이란/나 아닌 그 누구에게/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이라고 시작되는데, 그렇게 연탄 한 장 돼주는 마음일 것이다.
설중송탄의 원전은 송사(宋史) 태종본기(太宗本紀)인데, 아주 순수한 온정은 아니었다. 북송(北宋) 초, 토지 겸병을 둘러싼 귀족들의 분란으로 백성들이 살기가 아주 어려워졌다. 송 태종(939~997) 순화(淳化) 4년(993) 봄, 사천(四川)에서 대규모 봉기가 일어났다. 그 해 겨울 눈 비가 많이 내리고 몹시 추워지자 태종은 사람을 시켜 외롭고 늙고 가난한 백성들에게 돈과 쌀과 땔감을 보냈다.[雨雪大寒 遣中使賜孤老貧窮人千錢米炭] 이렇게 해서 민심을 수습하려 했던 고종은 사관에게 자신의 업적을 기록하게 했다.
남송의 문인 범성대(范成大·1126~1193)의 시 ‘대설송탄여개은(大雪送炭與芥隱)’에도 설중송탄이 나온다. “눈이 내려 탄을 보내러 온 게 아니라 잠시 눈 내린 풍경에 기대어 시를 요구하러 왔노라.”[不是雪中須送炭 聊裝風景要詩來]
중국인들은 선심을 쓸 때 이 말을 애용한다. 2014년 봄 유럽을 순방 중이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3월 31일 벨기에 유럽연합(EU) 본부에 갔을 때 금상첨화(錦上添花·좋은 것에 좋은 것을 더한다)와 설중송탄을 휘호했다.
지난해 11월 18일 중국은 러시아 최대 석유기업 로즈네프(Roseneft)에 석유 대금 1182억 홍콩달러(약 18조원)를 송금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경제 제재로 돈줄이 마른 상황에서 중국이 보낸 돈은 러시아에 단비와 같았다. 홍콩 명보(明報)는 이 돈을 설중송탄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