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명 발레단은 전통을 지키는 것과 변화를 추구하는 것, 두 가지를 동시에 지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강수진이 소속된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은 재능 있는 안무가와 무용수에게 기회를 줘 지리 킬리안, 존 노이마이어, 윌리엄 포사이드 등 현대 최고의 안무가를 배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1961년 안무가 존 크랑코는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위상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만들었다. 그는 추상적 표현을 줄이고 사실적인 묘사와 극적 구성을 강조하는 ‘드라마틱 발레’를 추구하며 1960년부터 1973년 사망할 때까지 발레단 예술감독을 맡아 ‘로미오와 줄리엣’, ‘말괄량이 길들이기’, ‘오네긴’, ‘카르멘’ 등 여러 명작을 남겼다.
그러나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은 리드 앤더슨이 부임한 뒤 조지 발란신의 ‘네 개의 기질’, ‘차이콥스키 파 드 되’, 프레드릭 아쉬톤의 ‘모노톤즈’ 등을 처음으로 무대화하는 등 변화를 꾀해 더 유명해졌다. 결국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은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프랑스 파리 오페라 발레단 역시 루이 14세 때 프랑스 왕실 무용 아카데미로 출발해 300여년에 달하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천재 발레리노 루돌프 누레예프가 1980년대에 예술감독으로 있기도 했던 파리 오페라 발레단은 지리 킬리언 등과 작업하며 혁신적인 발레 레퍼토리를 개발하고 있는 발레단이다. 모든 무용수는 1713년 설립된 파리 오페라 발레학교에서 훈련되며, 입단 과정에서 까다로운 심사를 거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동양인 최초로 김용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수석 무용수를 제외한 주역 무용수에게 주는 두 번째 지위인 ‘쉬제’에 오르기도 했다.
발레의 본고장 러시아에서 가장 전통 있는 곳은 마린스키 발레단이다. ‘호두까기 인형’, ‘백조의 호수’ 등 프티파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 마린스키 발레단도 최근 윌리엄 포사이드, 알렉세이 라트만스키, 웨인 맥그레거의 모던 작품을 공연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