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고 부자로 알려진 홍콩 재벌 리카이싱 청쿵그룹 회장이 중국에서 자본 철수에 나서는 것은 시진핑 국가주석 등 현 중국 지도부와 원만한 관계를 맺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홍콩 시사 주간지 와이찬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와이찬은 1980년대부터 중국에서 대형 사업을 해온 리 회장이 시 주석 정권 출범 이후 정경유착 고리가 끊겼다고 전했다.
이날 허란뤄 와이찬 편집인은 중화권 매체 명경신문망과의 인터뷰에서 리 회장이 중국에 자본을 투자한 역사와 자본 회수 결정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허 편집인은 “1980년대 덩샤오핑의 막내아들 덩즈팡과 저우관우 전 수도철강공사 회장의 아들인 저우베이팡 등과 리 회장이 인연을 맺으며 베이징 재계에 진출했다”고 말했다. 출발점은 덩즈팡이 운영하는 ‘서우창쓰방’의 지분참여다.
1990년대 들어 리 회장의 베이징 사업이 한때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장쩌민 전 국가 주석에게 줄을 대는 것에 성공해 20억 달러(약 2조1950억원)를 투자하며 베이징 중심가의 상징적 상가 둥팡광장을 건설했다.
장 전 주석의 소개로 리 회장은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 정권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 중국에서 부동산 투자, 부두 건설 등 사업을 확대했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중국 정부와 리 회장과의 관계는 틀어졌다.
특히 지난 2012년 시행된 홍콩 행정장관 선거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당시 리 회장은 다른 홍콩 기업인과 함께 친기업 공약을 제시한 헨리 탕 후보를 지지했다. 반재벌정책을 내세운 렁춘잉 현 행정장관 당선을 바랬던 중국 정부 의중과 정반대의 길을 걸은 셈이다.
최근 홍콩 최대 부동산 재벌인 순훙카이그룹의 토머스 쿽 공동회장에게 유죄 평결이 내려진 것 또한 홍콩 행정장관 선거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허란워 편집인은“시 주석 집권 이후 중국의 정책이 좌편향적으로 전환되고 중국 국유기업의 독점으로 홍콩 기업의 중국 입지가 좁아지는 것에 대해 리 회장이 불만과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