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는 빙하기 공룡

입력 2010-10-2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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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급변으로 또 다른 위기...전기차가 해법될까

자동차 공룡 도요타의 진화는 계속될 것인가.

내달 5일 분기와 반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도요타가 이번에도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로서의 아성을 지켜낼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는 18일자 최신호를 통해 강자만이 살아남는 시대는 빙하기와 함께 끝이 났다며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적응하고 견뎌내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고 전했다. 더불어 현재 도요타가 직면한 위기와 향후 과제를 제시했다.

닛케이비즈니스는 도요타를 6000만년 전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에 비유했다. 찰스 다윈은 진화론을 통해 공룡들이 사라진 이유는 카리브해 부근에 운석이 충돌하면서 지구 기후가 급변, 기온이 급강하하면서 먹잇감이 없어진 탓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제아무리 강한 생물이라도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도요타도 빙하기 때 사라진 공룡과 같은 운명에 처해 있다고 닛케이비즈니스는 지적했다.

도요타는 최근 3년간 천국과 지옥을 넘나들었다. 2008년 사상 최고 이익을 낸 다음해인 2009년도에는 리먼 브러더스 사태를 계기로 촉발된 금융위기로 창사 이래 처음 적자 신세로 전락했다. 이후 흑자 전환에는 성공했으나 미국에서 터진 대량 리콜 사태가 도요타를 강타했다.

그럼에도 도요타는 자동차의 본고장인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를 넘어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왕좌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환경 변화에 따른 새로운 위기들이 도요타를 기다리고 있다.

닛케이비즈니스는 첫 번째 위기로 엔화 강세에 따른 계열사 재편을 꼽았다.

최근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15년래 최고치를 기록하며 일본 수출기업들을 괴롭히고 있다. 닛산이 간판 차종인 ‘매치’를 태국 생산으로 돌리면서 도요타의 위기감은 한층 더해지고 있다.

문제는 도요타가 생산거점을 해외로 옮기려면 그 동안 도요타의 품질과 신뢰를 책임져온 계열사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마른 걸레도 쥐어짠다’는 도요타의 원가절감 방식을 지지해온 수많은 계열사들을 정리하려면 고통이 수반된다. 스스로가 만들어낸 방만한 제조라인이 도요타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셈이다.

둘째는 GM과의 합작공장이었던 ‘누미’를 폐쇄하면서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의 판로가 좁아졌다는 점이다. 도요타는 1984년 미국 시장에 본격 진출하기 위해 GM과 손잡고 85만㎡의 거대 공장을 설립했다.

금융위기 여파로 GM이 무너지자 거대 공장을 도요타 단독으로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누미공장을 청산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또 이미 포화상태라 해도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자동차 시장이다. 리콜 사태로 신뢰도가 크게 저하된 가운데 미국 시장 확대는 도요타의 끝나지 않는 숙제다.

미국에 버금가는 규모로 성장이 점쳐지는 중국 시장에 대한 대응이 늦어진 점도 도요타에는 부담이다. 도요타는 제조와 판매가 분리돼 있어 중국의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일본에서 압도적인 딜러망을 구축해 시장을 주도해온 것과 달리 중국에선 일개 자동차 메이커에 불과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닛케이비즈니스는 도요타가 회사의 경영방침인 ‘카이젠’을 진화시킨다 해도 이 같은 위기들을 무리없이 극복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사실 도요타는 다시 한번 세계를 놀라게 할 채비를 하고 있다.

지난 5월 도요타는 미국 전기자동차(EV) 벤처업체인 테슬라와 손잡아 업계의 궁금증을 유발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도요타가 겨우 EV 한 대를 개발한 벤처사와 제휴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닛케이비즈니스는 EV가 에너지뿐 아니라 지금까지 자동차 제조의 모든 상식을 뒤집을 수도 있는 마력을 갖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닛케이비즈니스에 따르면 테슬라의 본사는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몰려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다. 테슬라는 IT업체라는 얘기다.

EV는 거대 피라미드식 생산 라인이 없어도 필요한 부품을 별도로 구입해 조립만으로도 완성품을 만들 수 있다. 델 컴퓨터가 대표적인 사례다.

닛케이비즈니스는 현재는 테슬라의 존재가 기존 자동차 업계를 위협하진 않지만 EV 시장에서 새로운 기업이나 제품이 탄생해 자체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며 기존 자동차 업계에 경종을 울렸다.

결국 도요타가 테슬라와 손잡은 것은 이 가능성을 이미 인식하고 선제 조치를 취해, 빙하기 때 최후까지 살아남은 '인류'가 되겠다는 속내다.

닛케이비즈니스는 도요타 뿐 아니라 자동차 업계 전체가 빙하기와 함께 사라진 공룡의 운명에 처해있음을 인식해야 한다며 도요타의 미래지향적 모델이 급변하는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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